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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귀국 후 대북메시지 ‘0’...‘대북 신중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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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승인 : 2025. 09. 02. 14:47

대통령실 “북 주요 정황 살피는 중”...김정은 방중 언급 자제 모양새
北, 정부 잇단 ‘러브콜’에 李대통령 실명 비난으로 대응
전문가 “추가적인 대북 협상 카드 소진보다 대북정책 재정비 필요”
국무회의 현안 토의 자료 살피는 이재명 대통령<YONHAP NO-2657>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현안 토의 자료를 살피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미일 순방 후 직접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당분간 '대북 신중 모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순방에서 귀국한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두 차례의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현안 챙기기에 집중하면서 직접적인 대북 메시지는 발신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 일정이 확인되면서 이를 남북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음에도 흔한 '대화 촉구'의 메시지조차 내놓지 않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북한의 주요 정황과 이동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그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며 특별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북한과의 접촉면을 갖기 위한 추가적인 방중 특사를 파견하지 않았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대신 참석한다.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대한 제재, 대북확성기 철거 및 대북 방송 중단,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추진, 관광객들의 북한 개별 방문 허용 검토 등 숨가쁘게 대북 유화 정책과 메시지를 내놓은 이 대통령으로서는 '신중 모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은 그동안의 적극적인 대북 유화 정책이 '대남 비난'과 이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으로 돌아오는 등 북한의 '반작용'으로 나타났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대북 협상 카드만 소진한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내놓았던 대북 메시지도 남북 관계 개선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으로 언급하고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에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 등의 입장을 천명한 것은 자칭 '핵보유국'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려는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민감한 반응에 대통령실은 이른 시일 내에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1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APEC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에 대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며 한미 군사 훈련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중단돼야 북한과의 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지난달 29일 CBS라디오에서 "우리가 기대치를 높여 얘기하는 것이 북한 호응 유도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올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북한과 일정한 냉각기를 갖고 대북정책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구체적인 유화책에도 북한이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어 대통령실로서는 대북정책을 재정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대북 협상 카드를 소진하는 것보다 한미일과 북중러 대결 구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목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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