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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인도네시아 주변국 시민들은 그랩이나 고젝과 같은 배달 앱을 이용해 위험을 무릅쓰고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선 인도네시아 배달 기사들에게 음식을 주문해 선물하는 온라인 연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은 지난달 30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자가 "동남아 다른 국가에서도 인도네시아로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는 글을 올린 것이 수만 회 공유되면서 시작됐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앱에서 음식을 주문한 뒤, 배달 주소를 인근의 모스크(사원) 로비 등 공공장소로 설정하고 요청 사항에 "배달 기사님을 위한 선물이니 직접 드세요"란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다.
한 말레이시아 네티즌도 그랩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음식을 주문하고 요청 사항에 "말레이시아에서 주문한다"면서 "주문한 음식은 기사님과 다른 기사님들이 드시라고 보냈다. 항상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주문을 받은 기사는 다른 기사들과 음식을 나눠먹는 '인증샷'을 보내며 "정말 고맙다. 늘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로 화답했다.
이 운동의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두 건의 비극적인 죽음이 있다. 지난달 28일 고젝 소속 배달 기사인 아판 쿠르니아완(21)은 시위와 무관하게 음식 배달을 하던 중 경찰 장갑차에 치여 숨졌다. 다음 날인 29일에는 마카사르시에서 그랩 소속 기사인 루스담디안샤(26)가 시위대에게 '위장한 정보요원'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위험한 시위 현장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일터를 떠나지 못했던 동료 기사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국경 너머의 시민들이 연대로 응답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비극적인 사건과 연대 움직임이 확산하자,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앤서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싱가포르에서 마카사르로 날아가 희생된 기사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와 함께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고젝 역시 희생자 유가족에게 보상금을 전달하고 CEO가 희생 기사의 직접 자택을 방문했다.
시민들의 따뜻한 연대와는 달리, 인도네시아 현지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월급 외에도 주택 수당으로만 매달 최저임금의 최대 20배에 가까운 5000만 루피아(약 427만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황제 수당'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시위는 배달 기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폭력성에 대한 저항으로 번졌다. 나아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방 예산 삭감안까지 더해져 시위는 이제 '부패 엘리트'와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저항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급기야 2일에는 반둥시에서 경찰이 이슬람대학(UNISBA) 등 대학 캠퍼스 인근에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학생들과 격렬하게 충돌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경찰이 민주화의 성역인 교내까지 들어와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이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시위로 인한 총사망자는 최소 10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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