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막식은 이날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에서 열린 가운데, 장편 경쟁 부문의 대상에 해당되는 황금사자상은 짐 자무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 돌아갔다. 케이트 블란쳇과 빅키 크리엡스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부모와 성인이 된 자녀들의 소원해진 관계를 3부작 형식으로 다뤘다.
1980년대 중반 '커피와 담배' '천국보다 낯선' 등을 선보여 미국 독립 영화계의 총아로 떠올랐던 자무시 감독은 "예술은 정치적이기 위해 정치를 직접 다룰 필요는 없다.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연결을 만드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며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과거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받으며 '아직도 감독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두렵다'고 말했던 것처럼 나 역시 늘 배우는 입장으로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국 영화로는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한 '어쩔수가없다'는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등에 업고 황금사자상과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의 수상을 노렸으나 아쉽게 불발됐다. '친절한 금자씨'에 이어 20년만에 경쟁 부문의 초청장을 받은 박 감독은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해고된 제지 회사 직원의 어이없는 재취업 투쟁을 그린 '어쩔수가없다'는 제5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과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상영을 거쳐 오는 24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 북미와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200여개 국에 선판매가 확정됐다"면서 "박 감독의 전작 '헤어질 결심'의 192개국 선판매 기록을 뛰어넘은 수치로, 이미 선판매로만 마케팅·홍보 등의 비용을 제외한 순 제작비는 회수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쟁 부문 2등 상인 심사위원 대상은 튀니지 감독 카우더 벤 하니아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받았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포화를 피해 피란길에 올랐다가 숨진 여섯 살 소녀의 실화를 그린 작품으로, 상영이 끝난 뒤 20분 넘게 박수갈채를 받아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 영화 '스매싱 머신'의 베니 사프디 감독이 감독상을, '라 그라치아'의 토니 세르빌로와 '우리 머리 위의 햇살'의 신즈리가 남녀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또 평생공로상은 '아귀레, 신의 분노'를 연출한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과 '현기증'의 킴 노바크에게 수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