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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옥 같던 일주일…고국 땅 밟은 韓 근로자 30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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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 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09. 12. 18:35

美 이민당국에 체포·구금된 한국인 316명 12일 입국
드디어 안도하는 근로자들…"가족 생각 절실했다"
기사 사진
12일 미국에서 귀국한 한국인 근로자 이승희씨(41)가 아들을 안은 채 웃고 있다. /김홍찬 기자
"여보, 여기야! 고생 많았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에서 남편 A씨(37)에게 안긴 30대 여성 최모씨(35)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일주일 간 수감 생활을 한 A씨는 면도를 하지 못해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채 아내 최모씨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A씨는 "갇혀 있는 동안 가족 생각이 절실하게 났다"며 "전날 이미 연락한 상태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풀려난 게 실감이 나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 게이트에서 기다리던 가족과 동료 중에선 근로자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곧바로 안부를 묻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근로자들이 가족 대기 장소인 주차타워 4층에 차례대로 올라오자 이들을 기다리던 가족들과 회사 관계자들은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자신의 가족을 발견한 이들은 손을 번쩍 들고 "여보", "아들" 등을 외치면서 달려갔다. 수감 생활을 마친 아들을 마주한 한 여성은 "내가 미국 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이게 무슨 고생이냐"고 한탄을 하기도 했다.

이날 귀국한 이승희씨(41)는 마중 나온 어린 아들을 한 손에 안은 채 "구금됐을 때 가족이 정말 절실하게 떠올랐다"며 "빨리 집에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가 집인 조영희씨(44)는 수감 생활에 대해 "먹는 것과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갑자기 붙잡혀서 7일 동안 그냥 일반 수감자와 같은 대우를 받으며 지냈다"고 토로했다. 가족들과 만난 근로자들은 그제서야 안심이 됐는지 함께 수감생활을 한 동료들에게도 "고생했다", "잘 들어가 푹 쉬어라" 등의 인사말을 건네곤 귀가길에 서둘렀다.

근로자들 대다수는 별다른 짐 없이 배낭이나 봉투 하나만을 든 채 사복 차림이었다. 게이트 앞 스크린에 적힌 '여러분의 귀국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보자 대부분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근로자들은 입국장을 빠져나온 뒤 미리 마련된 버스를 타고 가족과 지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공항 장기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현지 이민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됐다가 일주일 만에 풀려났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 23분께 귀국했다.
김홍찬 기자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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