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ICC, 두테르테 ‘치매설’ 일축… “재판 받기에 적합, 내달 23일 심리 개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27010012497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1. 27. 11:08

ICC Duterte <YONHAP NO-5063> (AP)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AP 연합뉴스
80세의 고령과 인지 기능 저하를 내세워 법의 심판을 피하려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시도가 무산됐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공판전 절차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하고, 공판전심리 핵심 절차인 혐의 확인 심리를 다음달 23일 열기로 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ICC 재판부는 성명을 통해 "독립적인 의료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 두테르테가 자신의 사건을 이해하고 참여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오는 2월 23일 혐의 확정 심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최고 수준의 인지 능력을 발휘해야만 재판이 가능한 것은 아니며, 절차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가능하다면 법적으로 적합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테르테 측 변호인단은 그가 구금 시설 내에서 건강이 악화되었으며,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해 재판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 패널은 신체 및 인지 검사를 통해 그가 "절차적 권리를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두테르테의 수석 변호인 닉 코프먼은 "자체적인 의료 증거를 제시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재임 기간 중 일명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하며 수천 명의 마약 용의자를 초법적으로 살해한 혐의(반인도적 범죄)를 받고 있다. 필리핀 경찰은 공식 사망자를 약 6200명으로 집계했으나, 인권 단체와 ICC 검찰 측은 실제 사망자가 최대 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체포되어 현재 헤이그에 구금 중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국제 인권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필리핀 내 희생자 가족을 지원하는 단체인 SENTRO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전직 국가원수라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실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정의와 책임 규명을 위한 울림 있는 승리"라고 평가했다.

ICC는 창설 이래 피고인의 건강을 이유로 재판 부적격 판정을 내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두테르테가 필리핀의 ICC 탈퇴를 근거로 관할권을 부인했으나, 재판부가 "탈퇴 전 발생한 범죄에 대한 사법 처리를 피할 수 없다"고 일축한 점 또한 국제 사법 정의 실현의 의지를 보여준 대목으로 풀이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