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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日 등 5개국에 호르무즈 군함 파견 촉구…정부 ‘참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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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15. 05:55

"미국과 함께 흐르무즈 해협 지켜라"...동맹에 해상 작전 참여 압박
이란, 세계 에너지 동맥 봉쇄…유가 100달러 돌파
청해부대 확대 카드 가능성…전면전 속 파병 위험 커져
벌크선 피격
태국 선적 벌크선 마유리나리호가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돼 화염에 휩싸인 모습으로 태국 해군이 공개한 사진./AP·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이 2주를 넘기며 중동 군사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를 직접 지목해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이란의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경제 충격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국과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에게 군사적 부담 분담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과 에너지 안보, 그리고 중동 전쟁 개입 위험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게 됐다.

◇ 트럼프, 韓·日 등에 호르무즈 '파병 청구서'…동맹국에 참전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많은 국가가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을 언급하며 "이 인위적인 제약의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이 지역에 함정을 보내 호르무즈 해협이 더 이상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들이 아무리 심하게 패배했더라도 드론을 보내거나 기뢰를 떨어뜨리고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해협 방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그 사이에 이란 해안을 계속 폭격하고 이란 선박을 바다에서 격침할 것"이라며 "어떤 방식이든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국가들을 공개적으로 지목한 것은 동맹국과 에너지 수입국에 대한 사실상의 파병 요구로 보고 있다. 좁은 해협에서 이란의 드론·기뢰·단거리 미사일 공격 위험이 큰 호위 작전을 다국적군 형태로 수행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 팍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AP·연합
◇ 세계 원유 20% 통과…호르무즈 봉쇄에 에너지 시장 충격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수로로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다. 현재 이란이 선박 공격과 봉쇄 위협을 이어가면서 해협 통항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가까워졌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최근 이 해역에서 16건의 선박 공격과 4건의 의심 사건이 보고됐다. 글로벌 해운사들도 잇따라 운항 중단을 선언하면서 페르시아만 내부에 유조선들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 영향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으며 일부 금융기관들은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15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청해부대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이 2019년 8월 13일 부산작전기지에서 아덴만으로 출항하는 모습. /연합
◇ 한국 '청해부대 확대' 카드 가능성…전쟁 속 파병 위험 커져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60~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해협 안정은 한국 경제와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현재 해협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공격하는 전면전 상황 속에 있어 군사적 위험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됐을 때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이 주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독자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동맹 협력과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동시에 관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상황이 훨씬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당시에는 국지적 긴장이었지만 현재는 미국이 이란 본토를 폭격하는 사실상의 전쟁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할 경우 한국군이 이란의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과 에너지 안보, 그리고 중동 전쟁 개입 위험 사이에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외교·안보 판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대(對)이란 군사작전 지원과 관련해 논의나 도움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김 총리가 전했다.

미일 정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왼쪽)가 2025년 10월 28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의 미국 해군 기지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 함상에서 미군들에게 연설하던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의 박수에 환하게 웃고 있다./AP·연합
◇ '원유 90% 중동 의존' 日도 발등의 불…19일 미·일 정상회담이 분수령

원유의 9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고민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공격 사건이 잇따르자, 미국은 일본 정부에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다국적 연합체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미국이 주도한 연합체 참여는 보류하는 대신 정보 수집 강화를 명분으로 해상자위대를 독자 파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협력 의지를 유지하면서도 전통적으로 관계를 중시해 온 이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절충적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호르무즈 위기에서도 한국과 일본이 과거와 유사하게 연합군 직접 참여 대신 독자 파견 또는 작전 범위 확대 방식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현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공격하는 전면전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시보다 군사적 위험과 외교적 부담이 훨씬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문제는 오는 1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NHK방송·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 등이 전망했다.

◇ 프랑스 군함 배치·영국 항모 배제…국제 대응 엇갈려

미국의 파병 압박 속에 국제사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한 최소 10척의 군함을 지중해와 홍해·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유조선 호위 작전을 위한 동맹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추가 군사 배치 옵션을 검토하고 있지만, 항공모함은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 트럼프, 적성국 中에도 파병 압박…이란 "도움 구걸하냐" 조롱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까지 군함 파견 대상국으로 거론한 것도 주목된다. 중국은 이란의 핵심 우방이자 최대 원유 수입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나라들이 통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이제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위해 다른 나라, 심지어 중국에까지 도움을 구하고 있다"며 걸프 국가들에 미군 축출을 촉구했다.

◇ IEA 역대급 비축유 방출에도…시장 "해협 개방 전엔 백약이 무효"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1일 역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비상 비축유(ER) 방출을 결정했고, 미국 에너지부도 같은 날 전략비축유(SPR) 1억7200만배럴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들이 단기적인 완충 역할에 그칠 뿐, 해협 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에너지 위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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