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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괴물’ 방어 수단 축소되나…미국 생산 확대 국내 반도체 기업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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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03. 15. 13:09

첨단기술, '특허괴물' 주요 타겟
HBM 개발 이후 소송 줄이어
방어 수단 약화 우려로 투자위험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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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미국이 특허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소모적인 소송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미 글로벌 특허 분쟁이 잦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소송 리스크가 더욱 커지면서 국가 안보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는 만큼 이러한 리스크에 더욱 노출될 수 있다. 이미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특허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해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책 싱크탱크 '잭 켐프(Jack Kemp)' 재단의 아이크 브래넌 선임연구원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미 상무부가 특허청에 제안한 특허 정책 변경안이 오히려 특허분쟁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경안은 무분별한 소송을 억제하기 위한 특허무효심판(IPR) 제도를 신청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골자로, 실제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방어 수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IRP은 특허 분쟁 피소 기업이 유효성을 신속히 다룰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됐다. 연방법원 소송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부실 특허를 무효화할 수 있어, 실제 제조·연구개발 없이 특허만 사들여 소송으로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특허괴물'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로 기능해왔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경우 수천~수만개의 세부 특허로 구성돼있는데, '특허괴물'은 일부 요소 기술의 특허만 사들여 소송만으로 수익을 올리곤 한다. IPR은 이러한 특허의 유효성을 빠르게 심판할 수 있어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 방어 수단으로 꼽혀왔다.

실제 삼성전자는 대표적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법인 '넷리스트'의 타겟이 되고 있다. 넷리스트의 소송 제기로 두차례에 걸쳐 약 4억20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받았던 바 있기도 하다. 이후 삼성전자는 넷리스트의 특허 무효 판단을 이끌어 냈지만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비용 부담은 피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 또한 특허관리법인인 모노리식으로부터 지속적인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하고 있어, IPR로 방어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특허청이 IPR 신청을 재량적으로 거부하는 사례가 급증하며 제도 실효성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래넌 연구원은 "불명확하거나 일관성 없는 기준으로 정당한 IPR 신청을 기각할 경우 부실한 특허가 검증을 피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며 "실제 제조기업들의 희생으로 특허괴물과 그들의 투자자들이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늘고 있는 제3자 소송자금조달 구조도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헤지펀드 등 투자 기관이 개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소송 자금을 대면서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합의금·배상금을 노리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래넌 연구원은 "외국 세력이 투자 사실을 숨긴 채 미 안보에 필수적인 기업들에 피해를 주는 조직적 소송이 가능한 구조"라며 "특히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는 시기에 외국 자본이 미 법체계를 악용할 수 있는 구조를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내 제조업 재건이나 첨단산업 리더십 강화 기조와도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공장이나 첨단소재 생산시설, 바이오 제조시설 등은 수십억 달러 선행 투자가 필요한데, 소송 리스크와 지식재산권 안정성이 저해된다면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에서다. 여기에 IPR이 약화해 소송 불확실성이 커지면 트럼프 행정부가 집중 육성하려는 분야의 투자 매력도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

브래넌 연구원은 "앞으로 갈 길은 특허권을 약화하거나 오남용에 대한 안전장치를 철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력하고 집행 가능한 권리를 유지하고 IPR을 보호하며 소송 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회와 상무부는 소송상 우위를 강화하고 혁신의 가치와 동떨어지게 제도를 고치려는 소수 이익집단의 압력에 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정책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특허 분쟁 환경이 악화할 경우 근거가 희박한 소송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법적 리스크 관리 전략을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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