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전에 쓰이는 드론 중 가장 유명한 건 미국의 MQ-9 리퍼(Reaper)다. '헌터-킬러(Hunter-Killer)'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무인 공격기의 대명사가 됐다. 리퍼는 경비행기 '세스나 172'보다 날개 폭이 거의 두 배인 20m다. 가격은 약 400억원 정도다. 리퍼가 기존의 다른 유인 전투기에 비해 유리한 건 작전 투입 시 조종사의 피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먼 거리에서 사령부에 앉아 조종을 하니 설령 드론이 피격되더라도 돈만 손해가 나지 조종사가 죽거나 포로가 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전쟁을 할 때 조종사 등 군인이 자꾸 죽으면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전쟁 수행이 곤란해진다. 돈으로 때울 수 있는 무인기가 매력적인 이유다. 또 일반 전투기의 경우 조종사가 오랜 시간 비행을 할 수 없어 작전시간을 기껏해야 2~3시간 정도로 잡지만 무인기는 그럴 필요가 없다. 27~30시간씩 떠 있을 수 있다. 조종 인력이 피곤하면 바꿔주면 된다. 이보다 더 큰 RQ-4도 유명하다. 노스롭 그루먼에서 제작한 정찰용 무인기로, '글로벌 호크'로도 불린다. 날개길이가 40m에 달한다. 가격은 1900억원 정도로 최신예전투기 F-35보다도 비싸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름을 떨친 건 튀르키예가 만든 바이락타르(Bayraktar) TB2라는 드론이다. 바이락타르는 개발자의 성을 따온 건데 기수(깃발을 든 사람)라는 뜻이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에서 운용하며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를 많이 파괴해 서방국 사이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이 드론은 전폭이 12m로 리퍼보다 훨씬 작고 대당 가격도 약 60억원으로 리퍼 7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러시아가 이란의 자폭드론 샤헤드136을 들여다 많이 써먹으면서 우크라이나를 괴롭혔다. 이 드론은 길이 3.5m에 무게 200㎏ 정도로, 우크라이나의 레이더 시스템과 화포를 집중해서 노렸다. 가격은 이란에서 집중 생산하는 것을 기준으로 2만 달러(약 3000만원)이나, 러시아가 초기에 이란에서 수입한 가격은 30만 달러가 넘었다는 평가도 있다. 특유의 2기통 프로펠러 엔진소리 때문에 오토바이 혹은 잔디깎이 엔진을 활용해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이란은 제트 엔진 기반의 샤헤드-238 자폭 드론도 개발했다. 최고 속도가 시속 800㎞로, 샤헤드136의 180㎞에 비해 많이 빨라졌다. 러시아는 이 값싼 샤헤드 시리즈를 대량 투입해 벌떼 공격을 벌이면서 가성비 드론전쟁 시대의 문을 열었다.
샤헤드에 시달린 우크라이나는 초반에는 서방의 비싼 패트리엇 미사일 등으로 이를 막았으나 한 발당 300만~1200만 달러나 되는 요격미사일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자체적으로 값싼 대응 드론을 개발했다. 그것이 스팅이다. 스팅은 대당 2500달러 정도(약 400만원)로, 크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프랑스 언론이 '날아다니는 보온병'이라는 별명을 붙인 걸로 봐서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소형 드론치고는 속도가 비교적 빨라 시속 300㎞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 샤헤드를 들이받아 떨궈버린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해 전쟁이 터지면서 샤헤드와 스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란은 자기네가 만들어 재고가 많은 샤헤드 수만대를 인근의 미군기지에 마구 날리고 있고, 이스라엘이나 중동 주변국들은 고가의 요격미사일로 이를 격추하다가 너무 떨어지는 가성비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긴급 지원을 요청, 스팅을 들여오려고 하고 있다. 이 값싼 드론 덕분에 이전까지는 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에 아쉬운 소리만 하던 우크라이나가 이제 미국에도 지원을 해주는 위치가 돼 버렸다.
정찰·탐지용 드론은 이보다 훨씬 더 작다. 블랙호넷4는 노르웨이에서 개발한 초소형 정찰드론인데, 무게 70g으로 계란 한 개 정도다. 스마트폰보다 작아 병사들이 전용파우치에 넣고 다니다가 모퉁이, 혹은 벽 너머 적의 동태를 살펴야 할 때 살짝 띄워 운용한다. 오늘날 각국 특수부대와 보병부대에서 표준장비처럼 활용된다. 초속 12~15m 강풍에서도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
중국에서 모기 크기의 극소형 정찰드론을 개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실제 모기처럼 날개를 움직여 기동하며, 스마트폰으로 조종한다. 각국이 개발 중인 소형 스파이 드론 중에는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공중에 떠 있지 않고 날파리처럼 벽에 붙어서 정찰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갈수록 작아지는 드론에 대응할 신형 무기로는 뭐가 나올까? F-킬러? 아니면 파리채?
주종국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