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 책임 공급 체계 구축해 효율성 제고
특정 업체 의존 확대·중소 도매 위축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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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 3월부터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거점도매상을 지정하는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제약사가 다수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을 공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지역별 핵심 도매상에 물량을 집중해 공급망 관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공개 입찰 후 올해 2월 거점도매상을 선정하고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국내 의약품 유통은 여러 도매업체가 각자 제약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약국과 의료기관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도매상 간 재판매인 '도도매'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3500개 이상 도매상이 참여하는 거래망은 유통의 유연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수급 불안 상황에서는 재고 현황 파악과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의약품 품절이 발생했을 때도 어느 구간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보관과 수송 조건이 까다로운 의약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 2022년에는 생물학적 제제 배송 기준 강화 이후 일부 도매상이 소량 배송을 기피하면서 인슐린 제제 공급 차질이 발생한 바 있다. 정부가 온도 관리가 중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콜드체인 강화를 추진하자 영세 도매상의 비용 부담이 커졌고, 유통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4년 진행한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유통체계 개선방안 연구'에서도 국내 의약품 유통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영세성, 복잡한 도매상 간 거래, 물류비 증가, 정보 비대칭성 등이 지적됐다. 연구진은 개선 방안으로 공동물류센터 조성, 유통 구조 단순화, 도매업체 대형화·계열화, 불필요한 도매상 간 거래 제한 등을 제시했다.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심평원 의약품 종합정보포털(KPIS) 데이터를 대한약사회 등 약국 현장 시스템과 연계해 도매상별 부족 의약품 정보를 확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00여개 도매상의 일련번호와 공급 내역을 활용해 의약품 균등 분배와 비정상적 유통 흐름을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해당 정보가 확정 재고가 아닌 '보유추정정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는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유통 구조 개선에 직접 나선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거점도매 중심의 유통 구조 단순화를 통해 의약품 품절과 수급 불안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시간 배송 추적과 데이터 관리가 가능한 TMS(운송관리시스템)를 도입해 약국에서 배송 차량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수요 예측 기반 물량 재배분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블록형 거점도매는 의약품 수급 불안이나 물류 충격이 발생했을 때 환자의 치료 공백을 막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권역별 재고 현황을 실시간 파악해 비수도권과 소규모 약국까지 의약품을 공평하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다만 블록형 거점도매가 국내 의약품 유통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급망 가시성과 물류 효율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특정 업체 의존도 증가와 중소 도매상 위축 가능성 등 과제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약품 유통 구조가 복잡한 만큼 공급망 가시성을 높이려는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특정 도매상 중심 구조가 시장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