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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의 법과 경제] 정치의 지대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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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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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정치권에서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두 가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나는 국민의힘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379억원의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에 직면한 문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힘이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할 경우 당사를 팔아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개 정당이 어떻게 당사를 포함한 수백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더 놀라운 사실이다. 선거 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 제도 덕택에 더불어민주당 역시 건물주 정당이다. 물론, 국힘의 법적 책임은 최종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지만, 이번 논란은 정당 재정과 선거제도의 적절성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다른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 연임론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은 오히려 개헌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겉으로 보면 하나는 선거비용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구조 문제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보면 두 논란은 모두 정치권력을 둘러싼 지대추구의 문제다. '지대추구'란 새로운 부를 창출하지 않으면서 제도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의 이익을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독점기업이 시장에서 초과이윤을 누리듯 정치에서는 권력의 독점이 정치적 지대를 만들어 낸다. 선거에서 불과 몇 퍼센트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리더라도 행정권과 의회 권력은 사실상 승자에게 집중된다.

승자는 막대한 정책결정권과 인사권을 갖지만, 패자는 다음 선거까지 정치의 주변부로 밀려난다. 권력을 차지했을 때 얻는 이익이 클수록 정치세력은 정책 경쟁보다 권력 획득 경쟁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정치제도가 지대추구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정치의 문제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게 있다기보다는 득표율에 불(不)비례적인 승자독식 정치구조가 권력 자체를 거대한 경제적 지대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승자독식 구조에서는 정치적 양극화가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 합리적인 전략이 된다.

국민 전체를 설득하기보다 강성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는 편이 권력 획득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상대 정당과의 협상은 정치적 손실이 되고, 극단적인 대립은 오히려 정치적 자산이 된다. 정책 역시 국민 전체의 후생을 높이는 방향보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치적 자원은 성장과 민생보다 진영 동원에 투입되고, 사회 전체는 갈등과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한다.

국힘의 선거비용 반환 논란도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현행 제도는 정당이 일정한 득표율을 달성하면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당의 선거 참여와 정치적 경쟁을 보장한다. 그러나 정당의 목표가 국민 전체의 후생보다 조직의 생존과 재정 확보에 치우칠 경우, 제도의 취지는 왜곡될 수 있다. 강성 지지층을 결집해 일정 득표율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조직과 재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정당은 중도층과 국민 전체를 설득할 유인을 잃게 된다.

당심이 민심보다 앞서고, 국민의 자원이 정당 조직의 생존을 위해 사용되는 정치적 지대추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개헌 논의도 대통령 연임이나 임기 조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논의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권력의 독점을 어렵게 만들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맞추어져야 한다. 시장의 독점 문제를 경쟁으로 해결하듯 정치세력도 경쟁시켜야 지대추구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든다.

정치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안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원내각제는 연립정부 구성을 통해 권력을 분산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다당제를 촉진해 다양한 정치세력이 경쟁하도록 만들 수 있다.

결선투표제 역시 당선자의 대표성을 높이고 극단적인 진영 대결을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제도의 명칭이 아니라 권력을 독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요즘은 양당 모두 '당원 주권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재정적으로는 국고에 의존하면서 당권을 장악하고 유지하는 정치적 지대추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런 구조에서는 양당 간 담합이 쉬우므로 대안 정당의 진입이 어려워진다.

정치제도는 사람의 선의를 믿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공직을 맡으면 사익보다 공익을 선택하도록 유인을 설계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좋은 정치제도란 훌륭한 지도자를 전제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 평범한 정치인이라도 지대추구보다 국민의 후생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제도다. 따라서 이번 선거비용 논란과 개헌 논의 역시 정치 지대추구의 최소화라는 문제로 수렴해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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