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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넘어 공장까지…K-제약·바이오, 생산 내재화로 ‘실속형’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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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기자

승인 : 2026. 08. 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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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라인 매수보다 GMP 공장 인수…M&A 시장 ‘실용주의’로 재편
공장 신축·허가 기간 줄이고 외주 CMO 비용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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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파이프라인 대신 즉시 가동 가능한 알짜 GMP 생산 시설 인수에 나서고 있다./AI 생성 이미지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의 인수합병(M&A)이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량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시설을 인수해 제조 역량을 내재화하는 '실속형 M&A'가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오 투자 시장의 자금 경색과 고금리 기조, 위탁생산(CMO) 비용 상승에 글로벌 공급망 위험까지 더해지면서 M&A의 중심축이 연구개발 자산에서 생산시설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생산 인프라 내재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3억3000만달러(약 4600억원)를 들여 미국 뉴저지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공장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신규 공장 건설과 시설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조기에 확보했다. 인수 후 일라이 릴리와 약 6700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체결하면서 초기 가동 부담을 낮추고 인수 효과를 가시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미국 록빌의 cGMP 공장을 2억8000만달러(약 4100억원)에 인수했다. 올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되면 연간 4000억~5000억원대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펩타이드 기업까지 추가로 인수하며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 진출할 기반도 마련했다. 증권가에서는 록빌 공장과 펩타이드 기업 인수 효과가 본격화하면 두 자산에서 수천억원대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견·중소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부광약품은 약 300억원을 들여 한국유니온제약을 인수하고 최근 일반의약품의 첫 위탁 출하를 완료하며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세파계 항생제·주사제 전용 라인을 확보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외주 생산 비용을 줄였다. 기존 안산공장은 수익성이 높은 전문의약품 생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생산 체계를 재편해 제조원가율을 낮췄다.

부광약품은 지난달 한국유니온제약의 이사회를 재편하고 통합 작업을 본격화했다. 인수와 경영권 이전은 마쳤지만 한국유니온제약의 회생절차 종결을 위한 법원의 결정은 남아 있다.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양사의 통합과 생산 효율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약물전달 기술 플랫폼 기업 인벤티지랩은 오송 바이오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큐라티스의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신규 공장 건설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한편, cGMP와 EU-GMP 기준을 충족한 시설을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기반을 마련했다.

HLB그룹은 펩타이드 특화 GMP 생산망을 보유한 애니젠을 인수한 뒤 사명을 'HLB펩'으로 바꾸고 비만 치료제(GLP-1) 전용 생산 인프라를 확보했다. GC녹십자웰빙은 GMP 시설을 보유한 이니바이오 지분을 취득해 미용 의약품 생산을 내재화했다. 신라젠은 완제의약품 공장을 보유한 우성제약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연구개발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이 같은 흐름은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생산능력과 시장 진입 시간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실용주의 전략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드는 공장 신축 대신 검증된 GMP 시설을 인수해 시설 구축과 인허가에 필요한 기간을 줄이고 외주 CMO 비용을 절감한다는 구상이다. 파이프라인 중심이던 M&A 시장의 외연이 실물 생산 자산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제 공급 부족을 해결하고자 2024년 미국 넥서스의 cGMP 주사제 공장을 인수했다. 건설 기간을 아낀 덕에 지난해 하반기 상업 생산에 들어가면서 올해 실적에 본격 반영됐다. 이에 대표 제품인 마운자로는 올 2분기 99억4300만달러(약 14조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91% 급증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같은 기간 회사 전체 순이익은 70억9500만달러(약 10조원)로 2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공장을 직접 인수하는 것은 시장 진입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외주 비용 상승과 공급망 불안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어려운 시장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생산능력과 비용 효율을 함께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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