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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삼전·하닉, 글로벌 파고(波高) 넘으려면 국내허들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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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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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실장님(웹용)-최신
이경욱 논설심의실장
"열심히 공부해서 정보기술(IT) 전문가가 돼 국가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최근 중국의 IT 현재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한 10세 초등학교 어린이의 다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학업 성적이 매우 뛰어나다는 어린이는 저녁 식사 후 곧바로 책상으로 달려가 허리를 곧추세우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미래를 봤다.

그 프로그램을 접한 후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중국 정부가 민간과 손잡고 '반도체 굴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보게 됐다. 동시에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즉 창신메모리 소식도 듣게 됐다. 우리로 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존재다. 그 회사가 엄청난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소식에 질주하던 우리나라 두 회사의 주가는 발목을 잡혔다. 중국 반도체 기술이 우리 수준에 근접해 있음을 새삼 확인했다. 우리 반도체의 핵심 동력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게 줄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중 메모리 반도체 기술 격차는 HBM 3년, D램 2년, 낸드플래시 1년으로 좁혀졌다. 수년 전만 해도 5년 이상으로 평가받던 격차가 메모리 공정상 '한 세대'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반도체 등 IT 기술력 향상에 목숨을 걸고 있다. 영리한 어린이들을 골라내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들은 주당 100시간 근로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 같은 주52시간 근무는 먼 나라 얘기다. 이에 호응해 정부는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유 금융회사, 기업이 자금 조달부터 공장 건설, 기반시설 구축까지 역할을 나눠 지원하는 '원팀(One-team) 체제'를 갖췄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상징하는 제도는 10여 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이다. 조성액은 6867억 위안으로, 한화로 약 130조원에 달한다.

중국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쉴새 없이 선보이고 있다. 양과 질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10분에 1대씩 생산된다고 할 정도다. 씁쓸하지만 우리의 기술은 여기에 한참 뒤져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반도체는 물론이고 로봇 생산 등 첨단 산업기술에서 중국에 먹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기업이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기술력 개발 기반을 만들고자 해도, 정부 등의 지원과 협력이 없다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사정은 어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매분기 갈아치울 정도로 건국 이래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올해 수출이 미국, 중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1조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주로 반도체에 기반한다. 막대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은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화성 동탄 등 반도체 공장 밀집 지역은 백화점 매출이 급상승하고 주택 매매가 증가하면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두 회사의 생존 경쟁은 '각개전투' 수준에 머물고 있다. 투자와 고용, 기술 개발은 물론 협력사 지원 및 지역 일자리 창출까지 전방위적으로 영업이익을 털어넣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남광주 반도체 공장 신설은 정부가 주도해 결정했다. 반도체업계 의견도 청취했다고 하지만, 회사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걸 시장은 싫어했다. 용인,평택 등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클러스트에 투입되는 투자는 대부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담한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용수 공급과 송전망 건설 등을 둘러싸고 현지 주민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이마저도 회사가 감당해야 한다.

한국전력이 자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 회사에 5년치 전기료 25조원을 미리 선납해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타사 영업이익으로 자사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이곳저곳에서 두 회사의 막대한 영업이익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손 벌리는 곳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기술 개발과 생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할 두 회사는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폭주하는 '훈수'에 응대하기 바쁘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중국과 같은 정부 주도의 드라이브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로봇 등 차세대 먹거리를 놓고 각국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업계를 적극 지원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반도체 전쟁은 기업 싸움이 아닌 국가 간 전쟁으로 비화한 지 오래다. 반도체는 업종 특성상 투자가 멈추거나 지연되면 곧바로 다른 나라 기업에 빼앗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더 나아가 관련 산업이 마음껏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업계가 시장 경쟁 논리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 파고(波高)를 스스로 이겨내도록 정부와 민간 모두 도와야 한다. 반도체 회사의 몸이 화살처럼 날아드는 훈수에 맞아 치명상을 입게 되면, 우리의 반도체 산업은 순식간에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이경욱 논설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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