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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형 국립소방병원 정신건강센터장은 지난 14일 아시아투데이와 만나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취약성이 아닌 직업적 특성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방공무원은 화재·구조·구급 현장에서 중증 외상과 사망사건 등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이 센터장은 이런 환경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뿐 아니라 우울·불안·불면, 알코올 사용 문제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동 벨소리를 들을 때 너무 두근거려 힘들어 하거나 동료가 크게 다치거나 순직한 뒤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며 "생존자 죄책감 등 복잡한 심리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 센터장은 "한 소방공무원은 진료실에서 '문제가 없고 잘 지낸다'고 했지만 PTSD 설문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며 "반복적인 노출로 마음이 소진되고 에너지를 잃는 과정은 점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한 책임감과 현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치료의 문턱을 높인다. 이 센터장은 "PTSD는 조기에 진료받을수록 좋다"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회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혼자 해결하려는 경우가 흔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치료 과정에서도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은 중요한 고려 요소다. 운전과 긴급출동이 잦은 만큼 졸림이나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은 신중하게 사용하고 인지행동치료와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EMDR) 등 비약물 치료도 준비하고 있다. 현장 복귀 여부도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는지만 보지 않고 판단력·식사·수면 등 일상생활이 유지되는지를 함께 살핀다.
진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소방공무원은 교대근무와 긴급출동이 잦고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지면 언제든 현장에 투입돼야 해 정해진 시간에 병원을 찾기 어렵다. 국립소방병원은 현재 10개 시·군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센터장은 "소방공무원은 스케줄이 수시로 바뀌고 출동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비대면 진료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료 방법이나 접근성을 넓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이 센터장은 강조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 역시 소중하다는 점을 생각했으면 한다"며 "계속 소진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