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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의 법과 경제] 헌법은 불완전하지만 완전한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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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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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립이 정면충돌로 번지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손봉기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응하지 않겠다고 했고, 청와대는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맞섰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자리는 반년 넘게 비어 있고, 조 대법원장이 퇴임하는 내년 6월까지 공석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를 헌법의 절차적 미비로 지적하고 삼권분립의 위기로 본다. 그러나 삼권분립은 세 권력이 사이좋게 지내도록 만든 제도가 아니다. 입법·행정·사법이 독립된 권한을 가지고 서로를 불편하게 견제하도록 만든 장치다.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이 자동으로 대법관이 될 수 없고, 대법원장이 원하는 사람도 대통령의 임명과 국회의 동의 없이는 대법관이 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과 협상비용은 권력집중을 막기 위해 사회가 지불하는 보험료이기도 하다.

경제학의 '불완전계약 이론'으로 보면 이런 갈등을 이해하기 쉽다. 헌법은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주었지만, 두 권한이 실제로 충돌할 때 어느 쪽이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지까지 적어놓지는 않았다. 이는 헌법 설계의 실패가 아니다. 1987년 헌법을 만든 사람들이 수십 년 뒤 누가 대통령이 되고, 그 대통령에게 어떤 재판이 걸려 있으며, 어떤 대법원장이 그 사건을 판단하고, 대법관 수를 언제 얼마나 늘릴지까지 예상해 조문에 담을 수는 없었다. 모든 장기계약이 그렇듯 헌법도 미래의 모든 상황을 미리 규정할 수 없는 불완전계약이다.

평상시에는 그 빈틈을 정치와 관행이 메운다. 대법관 제청 전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의견을 조율해온 것도 그런 장치였다. 그런데 지금은 대법관 인사협상에 다른 정치·사법적 이해관계가 겹쳐 있다. 2025년 5월 대법원은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지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여권은 이를 대선 개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은 이 대통령에게는 임기 후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자신의 재판이라는 이해관계가 있고, 조 대법원장에게는 자신이 주재한 판결의 정당성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제도적 이해가 있다고 공언한다.

물론 어느 한쪽이 이해관계를 대법관 인사에 이용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서로가 상대방에게 여야가 주장하는 그런 유인이 존재한다고 의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협상구조는 달라진다.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의 '양면게임'은 이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협상자는 눈앞의 상대와만 협상하지 않는다. 다른 정치적 이해와 제약도 동시에 안고 협상한다. 이때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의 범위를 '윈셋(win-set)'이라고 하며, 양측의 윈셋이 겹쳐야 합의가 가능하다.

지금 대법관 인사를 둘러싼 협상에서 이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임명권과 향후 사법적 이해가, 조 대법원장에게는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이 각각 제약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대방의 의도를 신뢰하기 어려워질수록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의 범위는 좁아진다.

그렇다면 조 대법원장이 물러나면 문제가 해결될까. 표면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차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대통령과 차기 대법원장의 사법제도에 대한 생각이 가까우면 두 사람의 윈셋은 넓어지고 지금 같은 충돌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이 사라지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다. 협상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서로를 견제하는 힘까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28년부터 현재 14명인 대법관은 단계적으로 26명으로 늘어난다. 대통령과 차기 대법원장의 견해가 잘 맞는다면 대규모 대법관 인사도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오히려 바로 그때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동시에 정치도 다시 움직인다. 2028년 총선을 거쳐 국회의 다수 구도가 달라진다면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쉽게 합의한 후보를 국회가 받아들이지 않는 정반대의 양면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 2030년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지금과 반대로 새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원장이 충돌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헌법은 오래가지만 정치의 윈셋은 선거와 인사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오늘 한쪽에 유리해 보이는 권한 해석이 몇 년 뒤에는 같은 쪽을 옭아매는 제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정치적 조합에 맞춰 헌법의 경계를 성급하게 다시 그을 일은 아니다.

헌법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결함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미래의 모든 정치적 조합을 예견할 수 없기 때문에 입법·행정·사법에 권한을 나누고 서로를 견제하도록 한 것이다. 모든 미래를 미리 적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불완전한 계약이지만, 예견하지 못한 미래에도 어느 한 권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놀랍도록 완결된 계약이다.

좋은 삼권분립은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권력이 서로를 충분히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국가가 작동하는 상태다.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왜 대립하느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두 사람의 임기가 끝나 갈등이 너무 쉽게 사라질 때, 우리가 함께 잃게 될 견제는 무엇인가이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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