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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의료 현장의 고민에서 탄생한 AI의 진짜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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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현 기자

승인 : 2026. 10. 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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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현
인공지능(AI)이 병원에 들어오면 무엇부터 달라질까요. 암을 찾아내고 질병을 진단하는 첨단 기술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병원에서 일하는 이들이 AI에게 맡기고 싶은 일은 더 다양했습니다. 환자의 진료기록을 확인하고 처방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일부터 진료 일정 조정, 간호사 근무표 작성, 수술실 납품서 자동 검수까지 모두 AI에게 맡겨졌습니다.

AI 전환(AX)이 산업 전반의 화두가 되면서 병원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개별 의료기술을 넘어 병원 운영 전반으로 AI의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입니다. 다만 병원은 일반 기업과 다릅니다.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만큼 정확성과 신뢰성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병원의 AX가 다른 산업보다 현장의 필요와 판단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은평성모병원이 공개한 AI 에이전트 41개에는 현장의 고민이 촘촘히 담겼습니다. 병원은 외부 솔루션을 도입하는 대신 교직원이 직접 업무상 문제를 발굴하고 AI로 해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현장 실무자가 직접 자신의 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하는 자생적 생태계를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병원은 의사·간호사·약사·행정직 등 전 직군을 대상으로 실무 교육을 진행하고, 교직원 63명으로 구성된 'AI 베타크루'에 자유로운 실험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6개월 동안 만들어진 시제품은 총 503개. 이 가운데 업무 활용도와 보안성 등을 검증한 41개가 최종 선정됐습니다.

눈길을 끈 것은 복잡한 기술보다 해결하려는 문제의 구체성이었습니다. 수술 전 환자 평가 AI는 여러 화면에 흩어진 진료기록과 검사 결과를 한데 모으고, 다제약물 처방 검토 AI는 약물 간 상호작용을 확인합니다. 모두 의료진이 일상적으로 반복하면서도 작은 오류조차 놓쳐서는 안 되는 업무입니다.

병원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업무 하나도 환자 안전과 직결됩니다. 진료정보를 잘못 확인하거나 약물 상호작용을 놓치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반복적이지만 정확성이 요구되는 업무에 AI를 활용하면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의료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이 지속되는 현실에서 AI의 역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개발된 AI는 이미 병원 현장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병원에 따르면 41개 에이전트 가운데 39개가 실무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제약물 처방 검토 AI는 검토 시간을 75%, 수술실 물품 자동 검수 AI는 검수 시간을 95% 단축했다는 설명입니다. 전신마취 수술 전 환자 평가 AI와 상병 추천 AI는 시범 검증을 거쳤으며, 향후 병원의 차세대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에 정식 기능으로 탑재될 예정입니다.

루스 선(Ruth Sun)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사장은 이번 사례에서 의료진이 직접 AI를 활용해 실제 업무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구축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기술이 어떻게 의료진의 역량을 높이고 환자 경험을 개선하는지 보여주는 '현장 중심 혁신 모델'이라는 평가입니다. 현장의 문제를 발굴하는 데서 출발한 이번 시도가 일회성 개발 성과를 넘어 병원 AX의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배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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