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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참여하며 틀이 잡혔고,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함께하면서 지금의 체계가 갖추어졌다. 한림원이 중심이 되어 임상학회와 협력하고, 한국코크란이 방법론을 지원하며, 공단이 이를 뒷받침한다. 참여 학회는 60개를 넘어섰다.
현명한 선택을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의 출발점은 의료비가 아니라 의료의 적절성이다. 권고는 각 학회가 스스로 개발하며, 자신들의 진료영역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의료행위를 근거에 비추어 다시 살펴보는 자기검토다. 올해부터는 매년 12월 둘째 주가 '현명한 선택 주간'이다. 새로 참여하는 학회는 목록을 개발하고, 기존 학회는 달라진 근거를 반영해 갱신한다. 일회성 목록 개발에서 생성·확산·평가·갱신이 이어지는 과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명한 선택의 본질은 특정 검사나 치료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같은 근거 앞에서도 환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삶의 조건,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은 서로 다르다. "이 검사가 꼭 필요한가" "어떤 이득과 위험이 있는가" "다른 선택은 없는가"라는 질문은 의료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정을 위한 대화의 출발점이다. 근거와 불확실성을 설명하고 환자의 가치와 선호를 함께 고려하는 공유의사결정은 의료의 중심을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에서 '이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로 옮긴다.
현명한 선택은 '근거생태계'라는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근거생태계는 더 많은 연구와 더 많은 권고를 만들어내는 체계가 아니다. 근거가 생성되고, 권고로 번역되고, 진료에서 사용되고, 그 결과가 다시 평가돼 필요하다면 수정되거나 중단될 수 있어야 한다. 관행이 된 의료를 다시 질문하고 스스로 교정하는 능력, 그 과정에 환자를 참여시키는 능력이 그 건강성을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근거를 요구하는 운동은 자기 자신에 대한 근거도 요구받아야 한다. 목록의 개발과 배포만으로 진료가 저절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인식과 수용성을 살피고 실제 진료의 변화를 평가해야 한다. 또한 변화가 개인 의료인의 기억과 선의에만 의존해서는 지속되기 어렵다. 전자의무기록과 임상의사결정지원체계에 현명한 선택의 권고를 연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고창을 띄워 특정 행위를 막는 방식이 아니라, 진료의 순간에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고 환자와 함께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여야 한다.
올해 은평성모병원이 민간 의료기관 최초로 병원 차원의 확산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활동의 단위가 학회의 목록에서 의료기관과 실제 진료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명한 선택이 지향하는 것은 목록의 완성이 아닌 의료문화의 변화다. 필요한 의료는 충분히 제공하되 불필요한 의료는 줄이고, 근거와 불확실성을 의료인과 환자가 함께 이해하며 결정하는 의료다. 지난 10년이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말할 기반을 만든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그 질문을 진료실 안으로 들여올 차례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