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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그을린 건물 앞 점심에도 적막…“또 불지를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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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6. 10. 2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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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 빌딩가 덮친 방화 공포
불길 흔적에 1층 커피숍 등 영업 중단
스프링클러 미설치…안전 우려 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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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명빌딩의 화재 발생 층에 깨진 유리창과 뒤틀린 창틀 등 전날 발생한 방화 흔적이 남아 있다. /정문경 기자
불길이 휩쓸고 간 서울 강남구 역삼초교사거리 인근 빌딩가에는 21일 전날 불길이 휩쓸고 간 화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화재가 난 신명빌딩의 불이 난 층은 유리창이 대부분 깨져 있었고 철제 창틀은 화염을 견디지 못한 듯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창문 너머로는 검게 타버린 내부 벽면과 훼손된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외벽과 위층 유리창에도 시커먼 그을음이 남아 화재 당시의 거센 불길을 짐작하게 했다.

건물 주변에는 붉은색 통제선이 둘러쳐져 있었다. 평소 직장인과 방문객들이 오가던 1층 커피숍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건물 안팎에는 사람의 발길이 뜸했고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 건물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외부인의 접근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약 200m 떨어진 한양빌딩의 상황도 비슷했다. 건물 정문에는 노란색 경찰 통제선이 여러 겹 설치돼 출입이 차단됐다. 입구 앞에는 안전 고깔이 놓여 있었고 1층 상가들도 영업을 중단한 채 문을 굳게 닫았다.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로 붐비던 도심 빌딩가였지만 이날 피해 건물 주변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갑작스러운 방화 사건에 인근 주민들도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역삼동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또 이런 방화 사건이 생길까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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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양빌딩 입구가 경찰 통제선으로 가로막혀 있다. 전날 발생한 방화 사건 이후 건물 출입이 통제되고 1층 상가들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정문경 기자
이번 사건은 특정 특허법인에 대한 개인적 불만이 다수의 시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방화 범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개인적 불만과 갈등 등이 방화로 이어진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서울시 소방 재난본부의 '방화에 의한 화재발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2023~2025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방화 화재는 총 294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3년 109건, 2024년 89건, 지난해 96건이다.

방화 원인별로는 미상이 92건(31.3%)으로 가장 많았다. 단순우발적 방화는 36건, 싸움은 12건이었다. 불만해소 11건, 사회적 반감 5건, 보복 목적 1건 등 불만이나 원한과 관련된 항목으로 분류된 화재도 17건에 달했다.

앞서 지난 20일 오전 11시54분께 역삼동 신명빌딩 3층에서 불이 난 데 이어 7분 뒤 인근 한양빌딩 4층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두 곳 모두 특허법인 사무실이 입주한 층으로 이 불로 5명이 중상을 입는 등 총 19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30대 여성 1명은 한때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두 건물의 소방시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소방청의 소방시설 자체점검 자료에 따르면 신명빌딩과 한양빌딩 모두 불이 난 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비상방송설비도 두 건물 중 한 곳에만 설치됐다. 두 건물은 각각 2000년과 1998년 사용승인을 받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확대되기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경찰은 두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B씨를 체포했다. B씨는 해외 상표 등록 과정에서 특허법인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022년에도 같은 특허법인 두 곳을 찾아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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