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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딜레마, 민주주의과 경제부활사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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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

승인 : 2014. 01. 01. 06:07

[아랍을 잡는 자, 파워를 갖는다 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아랍인들의 열망이 표출된 ‘아랍의 봄’을 겪으며 아랍의 경제는 뒷걸음질 했다. 군사 집단이 쿠데타로 독재 정권을 수립하는 사례가 늘면서 민주주의 실현마저 실패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현재 아랍 세계(아랍연맹에 소속된 22개국)는 정치적 민주주의 실현과 경제 발전이라는 두 가지 화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과 투자국들에게 아랍 세계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세계 자본은 특히 두꺼운 중산층과 히잡 아래 감춰진 여성파워를 눈여겨 보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달 9일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보고서를 통해 '아랍의 봄'으로 인해 8000억 달러(약 860조 원)에 달하는 경제 손실이 중동에서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특히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바레인 등 격렬한 시위를 겪은 7개국의 경제적 손실이 크다. 이들 국가의 2014년 말 국내총생산(GDP) 추정치는 만약 아랍의 봄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의 추정치보다 35%나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1월 이집트 정부는 외화 보유액이 13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아랍의 봄 이전인 2011년 1월 360억 달러 상당이었던 외화 보유액의 3분의2 가량이 빠진 규모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민중들이 대통령을 몰아냈지만 오히려 경제는 더욱 흔들리는 아이러니가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외화 보유액의 절반마저도 금과 같이 급히 현금화하기 어렵거나 유동성이 없는 형태라 이집트는 현재 외화 부족난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이집트의 화폐가치는 2년 전에 비해 약 14% 떨어진 상태라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경유 등 연료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의 30%를 연료 보조금으로 할애하며 물가를 잡아왔으나 최근에는 예산이 부족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혁명으로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뒤, 천연가스 생산시설이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는 등 치안이 악화돼 연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집트 군부가 2013년 무르시를 축출한 후 내놓은 새 헌법 초안을 보면 기존 헌법에 비해 이슬람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군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지난해 9월 새롭게 구성된 이집트 개헌위원회에도 무슬림형제단은 배제돼 있으며 자유주의 진영이 장악하고 있어 이집트가 또 다시 군부 독재로 회귀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42년 철권통치를 한 카다피를 몰아낸 성과를 낸 리비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과도정부가 군과 경찰을 재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카다피 정부군에 맞서 싸운 전국 각지의 민병대들이 조직의 이권과 이해관계를 놓지 못하면서 리비아는 정치적 과도기를 겪고 있다.

이에따라 석유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면서 경제도 안정성을 잃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축출된 직후인 2011년 리비아의 GDP 성장률은 -62.1%로 크게 꺾였다. 2012년 104.5%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회복하는가 하더니 지난해 -5.1%를 기록하며 다시 성장세가 꺾였다. 

시리아도 내전 장기화로 GDP의 17% 정도를 차지하는 농업 부문과 유럽이 주요 고객이었던 석유 수출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요르단, 이라크, 레바논, 터키 등 시리아 주변국은 비옥한 시리아 땅에서 자라나는 풍부한 농산물을 소비하는 주요 고객이다. 이들 국가로의 육로 수출이 시리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내전의 장기화로 인한 안전상 문제로 사실상 이들 수출로는 대부분 폐쇄됐다.

옥토 역시 상당 부분 폐허가 됐다. 유럽의 금수 조치로 석유 판로도 완벽하게 막혔다. 내전중인 상황이라 경제 수치가 완벽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시리아의 실업률은 크게 치솟아 현재 25%를 상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레바논은 내전중인 시리아와 인접해있는 국가로 올해 성장률 전망을 지난해와 비슷한 1.5%로, 요르단은 3.5%로 예상했다.

장기집권을 유지해온 독재정권을 민중들의 시위로 몰아낸 후 경제 성장 둔화 추세를 맞이한 것은 튀니지도 마찬가지다.

튀니지는 국내 총생산(GDP)성장률이 2012년 3.6%였지만 지난해 3%, 올해는 3.7%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아랍의 정치 선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아랍의 봄’이 경제에는 독이 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AFP통신에 따르면 아수드 아흐메드 IMF 중동지부 국장은 2011년 있었던 아랍의 봄 이후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세 불안이 지속되고 있으며 경기 침체를 맞았다고 말했다.

아흐메드 국장은 “아랍의 봄 국가들의 상황이 지난해보다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아랍의 지지부진한 정치적 전환이 불확실성을 낳았고 민간 분야의 관조적 태도도 취약한 경제 성장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제 손실을 막고자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아랍의 큰 과제를 멈출 수는 없다. 앞으로 계속 발생하게 될 민주 시위는 더 큰 경제적 희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봤을 때 권력 분권,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부의 재분배, 규제 철폐, 외국 자본 유입 등 민주적인 정치 체계확립은 경제 부흥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개최된 ‘HSBC 글로벌 뱅킹&마켓 주최 지도자 포럼’에서 세계 주요 비즈니스 리더들의 28%만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MENA)에 현재 투자할 계획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아랍의 봄’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 비율은 62%에 달했다.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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