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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국민의힘은 이제 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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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5. 09. 09. 18:27

Lee Choong Jae
이충재 정치부장
선거철이면 정치부 기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누굴 찍어야 하느냐"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런 질문을 받지 않고 지내겠거니 했으나 요즘은 변형된 형태의 선택을 요하는 질문이 쏟아진다. "국민의힘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질문의 요체는 '①국민의힘이 망하느냐 ②그래도 연명하느냐 ③되살아나느냐' 가운데 어느 쪽이냐는 것이었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주 2~4일 실시한 정기 조사에선 24%였고, 비호감도는 7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3비상계엄 직후와 똑같은 수준이다. 대선 패배 후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뒤엉켜 오르기 어려운 일이라지만, 석 달간 '비호감'만 키웠고 이젠 제1야당의 역할을 하지 못할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론의 추이를 보면 국민들의 마음은 ①번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20%대 초반까지 빠진 지지율은 '그 당은 고쳐 쓸 수 없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최저치를 찍은 지난달 19~21일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25%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했다. 적어도 당이 되살아나길 기대하는 ③번에선 점점 멀어지고 있다.

여권 핵심인사들이 성비위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여당 법사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거래를 하다 내쫓기고, 현역 의원 최초로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인사참사'가 발생해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재명 정부의 실책이 더 쌓이고 여권의 악재가 쏟아져도 대안정당으로 ③번 선택을 받기 어려운 처지다.

'고쳐 쓸 수 없는 당'이 된 건 여전히 극단적인 언사로 당을 뒤흔드는 인사들과 결별하지 못한 탓이 크다. 최근 장동혁 대표는 강성 당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다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반탄파)모드로 돌아갔다. '강성 지지자 정당'을 벗어나지 않는 한 집권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고, ①번 표심을 늘린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정부여당도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권이 '뉴스공장'으로 진영논리를 빚어내 집권한 방정식은 전한길·전광훈을 따르는 논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정치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기본 전제를 무시하더라도, 20여 년간 설파한 교리와 포교활동으로 쌓아올린 진보진영의 정교한 프로세스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다.

이미 한 번의 기회는 놓쳤다. 지난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특수성과 중원을 얻어야 이기는 선거라는 정치공학의 기초에 따라 '원윤근중(遠尹近中)'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 건 승리의 기본 방정식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과 가깝고, 중원에서 가장 먼 후보가 기호 2번을 달았다. 그래도 연명 가능한 수준의 ②번 상태였다.

또 다른 기회는 당대표 선거였다. 국민의힘은 새 당 대표로 반탄 성향의 장동혁을 선택하며 윤 전 대통령과의 끈을 강화하고 아스팔트 우파와의 연대도 끊어내지 못하게 됐다. 민심과 동떨어진 '윤 어게인'이 여전히 당내에 울리며 보수 정당을 오른쪽 끝까지 끌고 가 낭떠러지에 매달았다.

무엇보다 정 대표가 증명했듯 당이 나락으로 향하더라도 강성 지지층 입맛에 맞추는 것이 경선과 공천에 더 유리한 환경이 됐다. 계엄과 탄핵의 강(江)은 더 멀어졌다. 내년 6.3지방선거 전까지 또 다른 기회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20%대 지지율보다 ①번을 택한 유권자가 더 많다는데 위기감을 넘어 생존의 절박함을 느껴야할 때가 아닐까.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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