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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확장재정과 재정건전성, 균형의 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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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지훈 기자

승인 : 2025. 09. 09. 18:12

이지훈 기자
이재명 정부가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나랏빚이 늘더라도 성장 잠재력을 높여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키우면 오히려 채무비율을 안정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한 방송에서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인 데다 한국이 강점이 있는 인공지능(AI)의 역사적인 대전환기인 점을 고려한다면, 단기적으로 채무가 늘어나더라도 확실하게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아이템에 집중하겠다"며 확장재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성장에만 기대어 국가채무 증가를 용인하기에는 당장의 나라살림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민 세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는 향후 4년간 약 440조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미 900조원을 넘어섰고, 앞으로 매년 약 110조원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 중 적자성 채무 비중은 올해 70%를 돌파하고, 2029년에는 76%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도 성장률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거나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경우 확장재정은 재정 적자를 가속할 수밖에 없다. 제3차 장기재정전망(2025~2065)에 따르면 올해 49.1% 수준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65년 최대 173.4%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는 40년 만에 세 배 이상 불어나는 규모다. 비(非)기축통화국의 재정 관리 기준으로 자주 언급되는 60%를 훌쩍 넘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불과 5년 전 제시됐던 전망치보다도 두 배가량 많다.

재정 긴축 일변도는 당장의 채무비율은 낮출 수 있지만 성장 동력을 잃는다면 장기적으로 재정 여력이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반대로 성장에만 기대어 채무 증가를 간과한다면 재정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 외국인 자본 유출, 국채 금리 급등, 원화 가치 하락 등 국가 신인도 위기로 번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확장' 또는 '긴축'이라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재정 운용의 질이다. 잠재성장률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기술 개발, 인적자원 투자 등에는 재정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단기적 인기영합성 지출이나 중복·낭비성 사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재정 관리 목표와 경로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국가채무비율이 어떤 수준에서 안정화되는 것이 목표인지, 이를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와 지출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시장과 국민의 신뢰 없이는 확장재정도, 긴축재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한국 재정은 지금 분기점에 서 있다. 미래 성장과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축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따라 앞으로 재정 상황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국가채무는 단순한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증가 궤적과 관리 능력 그리고 정부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다. 확장과 절제 두 길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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