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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입법부 놀이터 전락한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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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5. 11. 24. 19:19

정민훈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 1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민주당은 지난 6개월 동안 사법부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반년 동안 조희대 대법원장에서 사법부의 권한 해체로 서서히 무게 중심을 옮겼다. 헌정사 초유의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와 특검 추진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점차 높이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대법관 증원 법안을 발의하며 사법부를 향한 '입법 압박' 전술을 구사했다.

조 대법원장이 사퇴 압박에도 버티기로 일관하자 민주당은 '입법 압박' 전술에 '사법개혁'이라는 새 포장지를 입혀 사법부와 전면전에 돌입했다. 입법권을 무기로 사법부를 공격한 것이다.

이후 민주당은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한 법안을 줄줄이 발의했다. 제왕적 대법원 체제 개혁이라는 이유를 앞세우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았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민주당의 사법개혁 방안에 반대한다고 말할 정도다.

민주당의 사법개혁은 대법원을 향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례로 대법관을 26명까지 늘리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대통령은 임기 중 모두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통령이 퇴임 뒤 대법관의 절대 다수가 친여 성향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하면 친여 성향 대법관들이 이 사건의 법률해석·적용 오류 등을 심리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더 센 사법개혁안'을 발표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전관예우 금지, 법관 징계 실질화 등을 주요 과제로 논의하고 입법 공청회도 개최한다. 하지만 개혁의 당사자인 사법부는 오는 12월 공청회를 열며 이제서야 개혁 논의에 첫발을 뗀다.

민주당과 사법부의 공청회는 앞으로 사법체계를 결정할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장의 무소불위 권한을 분산해 개혁하자는 의견에는 누구라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민주당은 '사법체계의 주권자'가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삼권분립을 흔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법부를 재편하는 '코트 패킹(court packing)'에 나서려 한다면 '국민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입법부의 놀이터가 아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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