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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금피크제만 도입되면 노동시장 개혁 성공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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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5. 08. 1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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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실장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던가? 비록 좋은 취지와 명분으로 시작한 일도 섬세한 부분에서 실수가 있게 되면, 전체의 의미를 망칠 수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개혁도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의 절박성을 강조하고 현재 정년연장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절약한 인건비를 고용절벽 상황에 처한 청년들의 고용에 쓰도록 유도하는 것을 노동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런 의제 설정 자체는 좋다. 아버지 세대가 아들 세대의 취업의 길을 열어주어 '세대상생'을 하자는 구호도 설득력이 있다.



 이런 최우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일단 한노총을 노사정위원회에 다시 참여시키고 여기에서 노조로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는 대신 노조에게는 실업보험 급여의 인상과 기간 연장 등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귀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우리는 유럽의 노동개혁 때와는 달리 실업급여 축소 등이 절실하다기보다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이 부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의견 피력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노총 지도부도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노사정 참여 의사가 있지만 현재 내부적으로 금속노조 지부가 강력하게 노사정 참여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노총이 내부 강경파의 반대를 극복하고 한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했다고 해보자. 그리고 노사정이 정말 인내심을 발휘해서 본격적으로 주고받기 협상 끝에 임금피크제 도입에 전면적으로 합의했다고 해보자. 이런 합의의 도출로 노동시장 개혁이 성공한 것일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개악이 아니라 개혁 혹은 최소한 개선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업급여의 기간과 금액 확대 등 소위 유연안정성 중에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약된 부분을 넘어서면 안 된다. 비록 임금피크제 도입을 성사시킨다고 하더라도 안정성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면 개선이 아니라 개악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해 절약되는 금액보다 고용안정성에 기여하기 위해 높아진 실업급여 제공을 위해 갹출될 재원이 더 크다면 기업들은 청년 고용을 늘릴 유인이 없어진다.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세금을 통해 커진 부담을 대부분 맡는다고 하더라도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경제는 그만큼 활동이 위축되거나 국채발행 등에 따른 또 다른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실익은 모두 사라질 뿐 아니라 우리 경제가 고용을 늘릴 능력을 키우기는커녕 오히려 고용능력이 위축될 것이다.


 김대환 위원장처럼 서구에서는 실업급여 삭감이 노동개혁의 주요 내용이었지만 우리는 아직 실업급여 등으로 나가는 정부지출 수준이 높지 않아서, 이를 높이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은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서구에서도 실업급여의 증대와 같은 선심성 정책이 쌓여 노동시장이 동맥경화증에 걸렸었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다른 뚜렷한 카드가 없다면 노조가 임금피크제에 찬성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실업급여의 기간과 금액을 높여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아무런 복안 없이 노사정위원회를 연다고 해서 결실을 거두기는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를 얻기 위해 다른 것을 많이 희생하는 노동개혁은 아니함만 못하다. 노동시장 개혁이 절박한 것은 옳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임금피크제만 연내 합의하면 노동개혁에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다. 정부가 노사정위원회에만 매달리지 말고 소위 플랜 B도 준비하고, 또한 사업장별 성과급제 도입을 지원하는 트랙도 함께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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