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파생상품 ‘키코(KIKO)’로 대규모 원금손실을 본 피해기업 모임인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 공대위)’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번만은 11년 묵은 키코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묻어납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공대위 측과 면담을 한 데 이어, 윤석헌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연내 분쟁조정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수년이 지나 겨우 재조명받았다 할지라도 사태 해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변동 범위가 넘어서면 큰 손해가 발생하는 파생상품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환율이 폭등하자 당시 중소기업 1000여 곳이 수조원대 피해를 봤습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키코 사태를 재조명하는 이유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연관이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은행권 파생상품 불완전판매’란 점에서 연결고리가 있다고 본 것이죠. 실제로 윤 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DLF사태의 원인을 “(금융당국이) 키코를 적절히 처리하지 못하고 넘어갔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관건은 ‘배상 문제’입니다. 이미 2013년 대법원 판결이 끝난 사안인 데다가, 은행들도 피해기업에 최대 35%가량 배상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은행권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이 키코사태를 두고 DLF와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또 금감원 분조위가 마무리되더라도 은행들은 결과를 받아들일 법적 의무가 없습니다. 법적 문제까지 끝났는데 금융당국의 조정대로 배상금을 지불했다간 추후 배임으로 경영진이 고발당할 수도 있다고 토로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키코 공대위 측은 일각에서 보도된 ‘예상 배상률 20~30%’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키코 공대위 관계자는 “20~30% 배상률은 시기상조”라며 “(전액 보상에 가깝게) 최대한 보상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의 어깨가 무거워 보입니다. 은행권과 키코 피해기업의 입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는데, 자칫하면 한쪽 손만 들어준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죠. 또 분조위가 마무리돼도 양측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키코사태가 ‘은행권 파생상품 불완전판매’ 시스템 개선을 위한 첫단추가 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