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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권택 감독 “이젠 영화와 친해지고 싶어도 멀어져야 할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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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1. 10. 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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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
임권택 감독이 60년간 영화가 좋아서 살아왔다고 말했다/제공=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임권택 감독이 “영화가 좋아 그걸 좇으며 살았다”며 자신의 영화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했다.

임 감독은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샌텀캠퍼스 소극장에서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났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소감을 밝히고, 지난 60년간의 영화 인생을 돌아보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임 감독은 아내 채령 씨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등장했다. 마이크를 꼭 쥔 두 손은 떨리기도 했지만, 입담은 여전히 솔직하고 유쾌했다.

임 감독은 전날 진행된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젠 영화 인생이 끝난 나이’란 생각이 들었다”라며 “공로상 비슷하게 받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지만, (이 상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후배들에게 가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1962년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를 시작으로 102번째 영화인 ‘화장’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촬영장을 지키며 한국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2002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2005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을 각각 받아 세계 영화사에도 이름을 뚜렷이 새겼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는 부담감으로도 다가왔다. 큰 영화제에서 끝없이 상을 타오길 바라는 주변의 기대 심리와 압력에 쫓기며 살아왔다. 좋아하는 영화를 여유가 아닌 고통 속에서 연출하곤 했던 이유다.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하면) 꼭 빚진 것 같았죠. 주변에서 잔뜩 기대를 보내고 있는데 내 능력으로는 그것을 일궈내지 못하는 열패감도 들었어요. (‘취화선’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체면이 섰지만 영화제가 저를 옥죄었어요. 영화 인생을 훨훨 날았다면 제 영화도 훨훨 날았을 텐데 틀 속에 있었죠. 그래도 잘 지내왔어요.”

임권택
임권택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102편에 모두 담았다”고 밝혔다/제공=부산국제영화제
102편이라는 작품을 만들면서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해봤다고 털어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속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는 “이제는 그럴 기회도 없고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야 하는 단계”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해부터 영화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화제작들의 개봉이 미뤄지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임 감독은 다시 극장에 모여 영화를 보는 시간이 돌아올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다시) 생길 겁니다. 극장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위안을 받기 좋은 곳”이라고 낙관했다.

한편 임 감독은 자신의 영화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말에 “102편을 찍은 경력이 있는 감독인데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죽으라는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든 뒤 “영화가 좋아서 그걸 좇으면 살아왔다”고 답했다.

이어 영화 인생에서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으로는 아내를 꼽았다. “한 번도 칭찬을 안 했는데 이런 자리에서 칭찬을 해주고 싶다. 신세를 많이 졌고요. 수입도 없어 넉넉하지 않은 살림으로 잘 견뎌줘서 아직도 영화감독으로 대우를 받고 산다. 아내한테 감사하다”고 전하자, 아내 채령 씨는 환한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임권택 감독 아내 채령
임권택 감독 영화 인생의 버팀목인 아내 채령씨가 객석에 앉아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짓고 있다./제공=부산국제영화제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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