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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디펜더 110이 증명한 ‘일상형 오프로더’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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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6. 08. 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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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R코리아, 올초 디펜더 110 부분변경 출시
각진 차체·높은 시야 등 오프로더 특징 그대로
넉넉한 적재공간·편안함 등 실용성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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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더 110 외관. 빗방울이 잔뜩 묻은 모습이 오히려 디펜더만의 오프로드 감성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듯 하다./김정규 기자
"오프로드는 불편하다." 랜드로버 디펜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따라붙는 인식이다. 거친 산길과 진흙길에서는 압도적이지만, 도심에서는 승차감과 정숙성이 희생될 것이라는 선입견이다.

하지만 부분변경을 거친 2026년형 디펜더 110은 그 공식을 상당 부분 깨뜨렸다. 최근 시승한 디펜더 110 P400 X 모델은 강인한 정통 오프로더의 성격은 유지하면서도 일상에서 타기 편한 SUV로 한층 다듬어졌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실용성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차량 앞에 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특유의 각진 실루엣이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디자인 DNA는 그대로지만, 새롭게 적용된 헤드램프 그래픽과 글로스 블랙 그릴 등이 더해지면서 이전보다 세련된 분위기가 강해졌다. 직선 위주의 디자인은 여전히 디펜더만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했다.

디펜더 인테리어 (1)
디펜더 110 인테리어./JLR코리아
실내에 들어서면 예상보다 훨씬 현대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이번 부분변경에서 가장 체감되는 변화는 13.1인치로 커진 PIVI Pr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화면이 커지면서 시인성이 좋아졌다. 내비게이션과 차량 설정을 확인하기도 편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모든 기능을 터치스크린 안으로 밀어 넣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조장치와 주요 주행 기능은 여전히 물리 버튼을 적극 활용했다. 최근 터치 중심으로 바뀌는 자동차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실용성이 돋보였다. 다만 비상등 버튼은 꽤 멀어 누르기 위해선 손을 한참 뻗어야 했다.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자 첫인상은 '생각보다 부드럽다'였다. 차체 크기와 높은 전고 때문에 출렁거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4코너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상당 부분 걸러냈다. 과속방지턱이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구간에서도 충격을 한 번 더 흡수하는 느낌이다.

디펜더 110
디펜더 110 외관./김정규 기자
그 이유는 차량 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디펜더는 D7x 알루미늄 모노코크 플랫폼을 적용했다. 기존 정통 오프로더들이 사용하는 바디 온 프레임 방식과 달리 차체 강성을 확보하면서도 승차감을 개선한 구조다. 랜드로버는 이 플랫폼이 기존 프레임 방식보다 약 3배 높은 비틀림 강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의외의 안정감이 인상적이었다. P400 X에 탑재된 3.0리터 직렬 6기통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6.1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져 출발과 재가속이 상당히 부드럽다.

디펜더 인테리어 (3)
디펜더 110 실내./JLR코리아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차체 크기를 잊게 만들 정도로 속도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1초라는 수치가 숫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엔진 회전이 올라가는 과정도 거칠지 않았고, 고속에서도 실내 정숙성은 기대 이상이었다.

차체가 높은 SUV 특성상 급격한 차선 변경에서는 약간의 롤은 느껴졌지만 불안하다는 인상은 없었다. 스티어링 반응도 예상보다 정확했고,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디펜더의 진가는 역시 비포장도로에서 드러난다. 노면 상태에 따라 스노우, 머드, 샌드, 암석 모드 등을 선택하면 엔진 출력과 변속, 구동력 배분이 자동으로 최적화된다.

에어 서스펜션은 필요에 따라 최대 145㎜까지 차체를 높일 수 있고, 최대 900㎜ 깊이의 물길도 건널 수 있다. 일반 소비자가 실제로 이런 환경을 자주 경험할 일은 많지 않겠지만, 험로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안정감은 일반 SUV와 확실히 달랐다.

디펜더 110 (1)
디펜더 110./JLR코리아
견인 능력도 여전하다. 최대 3500㎏까지 견인이 가능하고, 주행 중 루프 적재하중은 168㎏, 정차 시에는 300㎏까지 버틸 수 있어 루프탑 텐트 활용도 가능하다. 단순히 디자인만 오프로더인 SUV와는 태생부터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롭게 적용된 운전자 주의 모니터 역시 실용적이었다. 카메라가 운전자 시선을 감지해 졸음이나 전방주시 태만을 감지하면 즉시 경고를 보내준다. 장거리 주행이 많은 디펜더의 성격을 고려하면 실제 활용도가 높은 기능이다.

부분변경을 거친 디펜더 110은 여전히 거친 오프로더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강인함을 일상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다듬어진 SUV에 가깝다.

과거 디펜더가 '험지를 정복하는 차'였다면, 지금의 디펜더는 '평일에는 도심을 달리고 주말에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차'로 진화했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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