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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인 행진’ 시위대에 실탄 쏜 ‘광기의 수단’…유혈사태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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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11. 1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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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수단 북동부 도시 앗바라에서 군부 쿠데타 반대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100만인 행진’의 대규모 저항 시위가 유혈사태를 격화시킬 것이라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거세지는 ‘반(反)’쿠데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부가 시민들을 향해 실탄을 쏴 최소 5명이 목숨을 잃는 등 최악의 상황이 빚어졌다.

13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단 수도 하르툼을 중심으로 수단 전역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저항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경찰이 최루탄과 총으로 이들을 진압하는 이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숨졌다고 수단 의사단체인 중앙의사위원회가 밝혔다.

구체적으로 수도 하르툼 동부에서 3명, 인근 쌍둥이 도시인 옴두르만에서 2명이 사망했다. 중앙의사위원회는 사망자 가운데 4명이 총탄에 비명횡사했고 한 명은 최루가스를 마셔 질식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지난달 25일 쿠데타 이후 반군부 시위를 벌이다 목숨을 잃은 사람 수는 20명으로 늘었다. 위원회는 “많은 사람이 총을 맞고 다쳤다”며 “심지어 옴두르만에서는 군인들이 병원에 들이닥쳐 다친 사람들을 체포했다”고 알렸다.
반면 쿠데타 군부 측은 실탄 발포 의혹을 일축했다. 군부는 국영 TV를 통해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시위대가 경찰관들을 공격해 39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유혈사태의 발단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거듭되는 정국 불안에 국민들만 희생당하는 꼴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단에서는 지난 2019년 군부 쿠데타를 통해 오마르 알-바시르의 30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고 민정 이양을 위한 과도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2년 만인 지난달 25일 또 쿠데타가 발생했다. 쿠데타 세력은 무력을 동원해 총리를 구금하고 고위 관료들을 체포했다. 군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023년 7월 총선을 치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뒤이어 11일(현지시간)에는 군부가 14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주권위원회를 발표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최고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2인자로 불리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이 주권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 자리를 지켰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23년 총선을 통한 민정 이양을 예고한 군부가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할 주권위원회를 새로 꾸민 것은 권력 장악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수단에 대한 7억달러(약 8256억원) 경제 지원을 중단하고 현지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노력했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다.

쿠데타 이후 수단 전역에서는 군부에 저항하는 국민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바시르 정권 퇴진을 주도했던 저항위원회(RC)는 이날부터 17일까지 100만인 행진을 계획해 실행에 옮겼으나 또 다른 유혈사태를 촉발하고 말았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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