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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여성들의 속마음 담긴 ‘내방가사’ 감상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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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1. 12. 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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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이내말삼 드러보소'展…첫공개 12점 등 260점 전시
지극한 효심부터 노처녀 신세 한탄까지 다채로운 내용 담겨
국립한글박물관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 특별전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 전경./제공=국립한글박물관
내방가사(內房歌辭)는 조선시대 여성들이 자신의 삶과 시대를 한글로 기록한 가사문학의 한 종류다.

‘가사’(歌辭)라고 하면 정철의 ‘관동별곡’이나 ‘사미인곡’이 유명하지만 여성들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내방가사는 일반 가사와 동일하게 형식상 4음보를 이루지만 한글로만 적고 여성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점이 특징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내방가사 90여 편을 포함해 여성 생활사를 보여주는 유물·잡지·교과서 등 모두 260점의 자료를 선보이는 특별전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를 내년 4월 10일까지 개최한다.

그동안 여성의 문화를 다룬 전시에서 내방가사가 종종 소개됐지만, 여성들이 남긴 한글 노랫말이라는 데 중점을 둔 본격적인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의 1부 ‘내방 안에서’에서는 어머니의 아들 자랑,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 시누이와 올케 사이 갈등 등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여성들의 희로애락을 기록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2부 ‘세상 밖으로’는 근대화와 일제강점이라는 격동의 시대에 직면한 여성들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본다. 오늘날에도 창작·계승되고 있는 내방가사는 3부 ‘소망을 담아’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소개되는 ‘헌수가’는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이 담긴 길이 14m의, 현전하는 가장 긴 내방가사다. 드물게 남성을 화자로 삼은 ‘계녀통론’, 변형된 계녀가인 ‘모녀 서로 이별하기 애석한 노래라’ 등은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다. 특히 네 번 결혼하고 불에 덴 아이를 홀로 키우는 덴동어미의 비극적 삶을 그린 ‘덴동어미화전가’는 여성들의 연대감을 묘사한 내방가사의 백미로 꼽힌다.

서주연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내방은 여성의 생활 공간을 의미한다”며 “내방가사는 4음보 외에 형식적 규칙이 없어 한글을 아는 여성이라면 쉽게 창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이 지은 가사와 달리 내방가사의 대부분은 작자를 알 수 없다”며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도 전승되고 있는데 특히 영남 지방에서 작품이 많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내방가사 헌수가의 일부 제공 국립한글박물관
내방가사 ‘헌수가’의 일부./제공=국립한글박물관
이번 전시는 눈길을 잡아끄는 화려한 유물로 꾸미지 않았지만 가사 문구를 읽다 보면 절절한 효심부터 노처녀나 과부의 신세 한탄까지 옛 여성들의 속마음과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서 연구사는 “내방가사에는 여성의 모든 면이 기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내방가사는 여성이 주로 작성하고 읽었지만 간혹 남성이 짓기도 했다. 예컨대 자녀를 시집보낼 때 부인이 세상을 떠나 없다면 남성이 써서 딸에게 건넸다. 이러한 내방가사는 대개 예의범절을 훈계하는 ‘계녀가’(誡女歌)에 속한다.

다소 해학적이고 파격적인 사고방식을 드러낸 작품도 있다. 조선 후기 노처녀가 남긴 한 내방가사에는 “우리부모 생각이 전혀 없네/ 양반인 체하면서 도리를 따르지않네/ 괴이한일 일삼으니 나만계속 늙어간다/ (중략) 독수공방 긴긴밤에 혼자탄식 잠못드니”라는 내용이 있다.

또 ‘과부전’이라는 작품에는 “어와세상 벗님네야 이내설움 들어보소/ 불상하고 분한몸이 여자밖에 또있난가”라는 슬픔이 짙게 밴 대목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남녀평등과 학교 교육을 주장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난 여성이 고국을 그리워하는 내방가사를 짓기도 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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