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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정의 씨어터토크]아름다운 순간 기억나게 하는 힐링 뮤지컬 ‘렛미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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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2. 04. 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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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렛미플라이’의 한 장면./제공=프로스랩
어떤 계기로 오래 전 기억을 마주하고는 너무 생생해 놀랄 때가 있다. 특히 소중하게 사랑했던 사람과의 시간은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바래지 않고 보관돼 있음을 느끼곤 한다. 뮤지컬 ‘렛미플라이’(조민형 작·민찬홍 작곡·이대웅 연출)에서 노부부가 보여주는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1969년의 기억과 2020년의 현실을 오가며 열렬히 연애하던 시절의 서로를 떠올린다. 그리고 묵혀 둔 아쉬움과 미안함도 함께 조심스레 풀어낸다.

극이 시작되면 젊은 ‘남원’과 ‘정분’이 라디오와 안테나를 든 채 방송 전파를 잡기 위해 애를 쓴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소식을 들으려는 것이다. 바로 정분의 달에 대한 무한한 관심 때문이다. 그녀는 우주에 대해 남다른 호기심과 탐험 정신을 지니고 있으며, 남원은 그런 정분이 직접 달을 따다 주기라고 할 것처럼 열심이다. 남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사랑뿐 아니라 일에 대한 꿈도 원대한 청년이다.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재봉 솜씨 덕분에 국제복장학원 입학통지서도 받았다. 게다가 정분과 함께 서울행 기차를 타기로 약속했으니, 그는 이제 행복해질 일만 남은 것 같다. (이제부터는 스포일러가 다소 노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다음날 남원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봉착한다. 1969년의 달을 바라보며 잠들었건만 50여 년이나 지난 2020년에 눈을 뜬 것이 아닌가. 그는 우주선이 달에 도착하면서 발생한 신비로운 에너지로 인해 시간여행을 하게 된 것이라 확신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얼른 정분도 찾고 꿈도 이뤄야 하는 남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며 과거로 돌아가려 애쓰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움과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덩달아 기억을 새롭게 하며 남원에 대한 사랑을 새삼 확인하는 노년의 정분도 따뜻한 미소를 자아낸다. 중요한 건 1969년의 남원 덕분에 2020년의 남원과 정분이 잊고 있던 꿈을 떠올리고, 사실은 그 꿈들이 좌절되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뤄졌었음을 깨닫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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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렛미플라이’의 한 장면./제공=프로스랩
무대에서 두 사람만의 꿈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달’이다. 이 작품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라는 특수한 소재로 시작해 보편적인 정조를 만들어나간다. 달이라는 소재가 워낙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어릴 때 놀이하듯 제2의 환상적 세계를 공유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오래전 기억도 소환시킬 만하다. 남원과 정분은 아폴로 11호를 타지 않고도 이미 저 하늘을 날아서 둘만의 달 여행을 해왔던 것이다.

극은 이러한 달의 정조를 담은 재즈풍 음악으로 시작한다. 이때 반복되는 가사인 “렛미플라이”는 두 사람의 사랑과 꿈을 담고 있으며, 크게 도약하는 음 진행은 세상과 우주를 향한 그들의 마음처럼 희망찬 기운을 느끼게 한다. 그런가 하면, 2020년의 남원은 50년 경력의 수선사로서 바늘만 잡으면 자동으로 움직이는데, 그런 자신에게 깜짝 놀라며 연신 “미치겠네”를 외치는 내적 갈등이 탱고 음악에 맞춰서 재미있게 표현된다. 무엇보다 여운을 남기는 노래는 차분한 발라드의 러브송이다. 노부부가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부르는 이 노래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과 미안함이 잔잔하면서도 절절하게 담겨 있다. 이러한 장르들 외에도 클래식·팝·알앤비·일렉트로닉·락·힙합 등이 적절하게 상황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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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렛미플라이’의 한 장면./제공=프로스랩
무대는 남원과 정분의 집, 부드러운 곡선의 뒷산, 달과 별이 빛나는 하늘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졌는데, 동선을 잘 활용한 연출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장면들이 재치 있게 표현됐다. 아울러 젊은 남원과 노년의 남원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교차 등장하는 모습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오의식(노인 남원)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신재범(젊은 남원)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 백은혜(노인 정분, 선희)의 차분한 대사와 나하나(젊은 정분)의 통통 튀는 매력이 조화를 이룬다. 이 뮤지컬은 소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을 소재로 하지만 슬픔에 잠식되기보다 그 가운데에서도 아름다운 순간들을 발견하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희망과 위로를 느끼게 하는 특별한 ‘힐링 뮤지컬’이다. 2018년에 우란문화재단의 ‘우란이상 공연예술개발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차근차근 개발된 만큼 매끈한 완성도를 보인다. 이야기·음악·연출·연기가 모두 소박하면서도 원숙하여 폭넓은 층의 관객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할 만하다.

/현수정 공연평론가(중앙대 연극학과 겸임교수)


현수정 공연평론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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