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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연의 오페라산책]대구오페라하우스가 선보인 오페라 ‘나비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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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3. 07. 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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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좋은 작품 무대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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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비부인'의 한 장면./대구오페라하우스
2003년 개관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지난해 많은 변화를 겪었다. 독립 재단법인에서 재단법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 통합돼 운영체계가 달라졌고, 12월부터 정갑균 신임 관장 체제가 출범했다. 정갑균 관장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예술본부장으로 재직했고 국제오페라축제 등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여러 작품의 연출을 맡은 바 있어, 급작스런 전환을 하게 된 하우스로서는 가장 안정적인 수장을 맞이한 셈이라고 본다.

정갑균 관장 입장에서도 오페라 연출가로 다져놓은 확고한 지위 이외에 이제는 예술경영인의 역량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통합되면서 대폭 축소된 예산 및 회계 관련 업무는 진흥원에서 맡게 됐지만 그만큼 기획과 제작역량에 대한 부담은 커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20주년을 맞는다. 이처럼 안팎으로 크게 부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시즌제는 지난해 도입됐다. 세계 유명 오페라하우스가 대부분 시즌제로 작품을 공연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자체극장을 보유하고 있는 제작극장인 대구에서 시즌제가 이제야 시작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올해 시즌 오페라 중 하나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이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였다. 이번 작품은 정갑균 관장이 직접 연출을 맡고, 소프라노 임세경과 윤정난이 더블 캐스팅 되는 등 가을에 열리는 국제오페라축제 전에 공연되는 이번 시즌 오페라들 가운데 큰 관심을 모았다.

필자가 관람한 지난 8일 공연은 소프라노 윤정난이 나비부인을 맡고, 테너 박신해가 핑커톤을 노래했다. 정갑균은 선이 굵은 구조적 무대를 선호하는 연출자다. 그는 몬드리안의 회화처럼 무대를 기하학적으로 분할하고 최소한의 형태로 유지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여백을 작품의 이야기와 음악으로 채우려고 하는 것 같다. 이번 '나비부인'도 경사가 있는 반원형의 무대를 단순하게 선택했고 무대 한 가운데는 일본식 가옥을 상징하는 평상을 배치했다. 나비부인의 신혼집이 나가사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있다는 원작의 설정을 세심히 반영하여 이 같은 경사구조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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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비부인'의 한 장면./대구오페라하우스
이날은 공연 중 몇 차례의 무대 회전이 있었다. 특히 2막의 아리아 '어떤 갠 날'이 클라이맥스로 향할 때, 반원의 끝에 올라선 나비부인은 회전하는 무대를 따라 점점 앞으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잦아드는 음악에 따라 다시 후진한다. 라이브 무대에서 보다 강렬한 감정과 입체적인 느낌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대 뒤편은 나가사키의 바다인 태평양이 영상으로 표현됐다. 여주인공의 아득한 기다림을 상징하는 것 같은 망망대해는 2막과 3막에 걸쳐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좋은 장치가 됐다. 대구오페라콰이어가 한 치의 모자람 없이 '허밍코러스'를 연주할 때 캄캄한 밤에서 어슴푸레한 새벽으로 변하는 미묘한 색채의 변화가 아름다웠다. 다만 지나치게 어둡고 위치에 맞지 않는 조명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포인트가 살지 않고 종종 인물의 얼굴에 그늘이 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윤정난은 처음부터 막이 내릴 때까지 흔들림 없는 가창으로 무대를 빛냈다. 1막 15살 초초의 등장 때 다소 다른 색깔을 내줬더라면 좋았으리라 생각되지만 인물의 희망과 절망, 비통함 등을 풍성하고 볼륨 있는 가창으로 잘 소화했다. 매사 순종적이고 희생적으로 그려진 일본여성을 표현한 연기력도 일품이었다. 박신해 역시 윤정난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부족함 없는 핑커톤을 보여줬다. 이밖에도 스즈키 역할의 메조소프라노 손정아, 샤플레스 역할의 허호, 고로 역할의 테너 알렉산드로 문둘라 역시 적극적인 연기와 고른 기량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오페라는 푸치니의 현대 음악적 경향이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혁신적인 작품이다. 마르첼로 모타텔리가 이끈 디오 오케스트라는 푸치니 음악의 이러한 특징을 부각시키면서 조화로운 음악을 들려주었다. 모두가 우수했던 이날 공연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들 정도로 오케스트라는 드라마의 비극성이 잘 느껴지도록 섬세하고도 감성이 살아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금관이나 목관 등 관악기 파트도 빼어났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큰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이번 오페라 '나비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오페라하우스가 흔들림 없이 주어진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공연이었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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