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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등 발전6사 이사회의 원안 100% 가결...사외이사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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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우 기자

승인 : 2024. 01.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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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충돌' 한전 중간배당 요구 등 사외이사 대부분 '찬성'
'노동이사제'도 기대 못 미쳐
사외이사 "경영진보다 더 전문가 발탁해야"
화면 캡처 2024-01-03 173124
2023년 한수원 등 발전6사 비상임(사외)이사 활동내역 현황/노성우기자
지난해 국내 6개 발전 공기업들이 개최한 이사회에서 사외(비상임)이사들의 안건 찬성률이 10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임 논란까지 불러올 만큼 파장이 컸던 '중간배당을 위한 정관변경(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발전사 사외이사진은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공기업 경영진 견제를 위한 사외이사 제도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낙하산 인사 방지와 독립성 제고 필요성이 제기됐다.

3일 발전업계 이사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개최한 이사회는 총 7차례로, '중기(2024~2028) 경영목표(안)' 등 36건의 안건을 통과(수정가결 포함)시켰다.

남동·동서·서부·중부·남부 등 5개 발전사의 '비상임이사 활동내역 현황'을 보면 이들 회사 사외이사진은 지난해 100%에 가까운 안건 찬성률을 보였다. 경영진 견제 등을 위해 사외이사의 임명권자를 각사 사장이 아닌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정한 취지가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발전사마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전력의 중간배당 요구로 몰아친 '외풍'을 막아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일례로 서부발전은 지난해 12월13일 열린 제9차 이사회에서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에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안건을 원안 가결시켰다. 서부발전 이사회는 사외이사 5명과 사내(상임)이사 4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안건이 통과되려면 재적이사 과반수가 출석한 이사회에서 재적이사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이익충돌로 이사회 상정 전부터 배임 소지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사안이었지만, 서부발전 사외이사 5명 가운데 3명이 해당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나머지 사외이사 2명은 이사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회의 당시 참석자들 사이에서 "중간배당에 따른 회사의 손익을 비교해 최적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위법한 중간배당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 검토에 관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등의 일부 부정적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명시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한 명도 없었다.

이튿날 진행된 남부발전 이사회에서도 '중간배당 시행을 위한 정관개정(안)'에 대해 5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찬성 입장을 보이며 무난하게 원안이 가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남동발전의 경우, 사외이사 5명 중 2명은 정관변경에 반대표를 던지고 다른 1명은 기권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수적 열세로 안건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한수원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수원 '개별 비상임이사 활동내용'을 살펴보면 해당기간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이사회에 불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올라온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사외이사 1명이 한빛1·2호기 계속운전 주기적 안정성 평가보고서 제출(안)과 한울1·2호기 계속운전 주기적 안정성 평가보고서 제출(안)에 대해 각각 반대와 기권 의사를 밝혔지만, 이들 안건 모두 가결 처리됐다.

사외이사제는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인 1998년 기업 투명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 경영진에 대한 견제 보다는 경영진 편에 서는 듯한 모습으로 오히려 비판을 받아왔다.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며 2022년 8월 시행된 공기업 노동이사제 또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일각에선 사외이사의 기본급과 직무수당이 발전사에서 지급된다는 점을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사외이사 역할론과 관련해 '거수기'라는 오명을 씻고 '공기업 투명성 제고와 경영진 견제'라는 당초 취지를 달성하려면 전문가 발탁, 낙하산 인사 방지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 장관이 임명하는 사외이사는 (안건을) 정확하게 심의해 수정가결이나 반대든지, 찬성이든지 (결정)해야 한다. 이사회에 올라는 의결사항에 다 찬성이면 솔직히 거수기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경영진과)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 들어와 소신있게 이야기하고 경영진보다 더 전문성이 있는 전문가를 사외이사에 임명하면 (거수기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초 사외이사들 중 노동이사가 목소리를 많이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노동이사제의 실효성 강화를 강조했다.

사외이사진의 다양성 확보는 필요하지만 에너지 업계의 흐름과 지식 등이 부족한 소위 낙하산 인사의 임명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발전사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A씨는 통화에서 "공기업 (사외이사)에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게 좋지만 정치나 선거에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는 건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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