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신비주의 고집하는 중국의 아르헨 우주과학기지…베일 벗을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412010006856

글자크기

닫기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4. 04. 12. 10:21

세금까지 면제받는 사실상의 치외법권
친미 밀레이 "우리가 감독권 행사해야"
20240412_044216
아르헨티나 네우켄에 있는 중국 우주과학기지. /출처=아르헨티나 정부
아르헨티나에 들어선 중국의 우주과학기지가 마침내 베일을 벗을지 주목된다. 신비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문제의 우주과학기지는 정보수집 등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현지 일간 리오네그로는 11일(현지시간) "네우켄에 있는 중국 우주과학기지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미국 국무부가 재차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가 우주과학기지와 관련해 2010년 이후 중국과 체결한 협약과 계약서 등 관련 문서를 전수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대중(對中) 구두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의 총리실 격인 아르헨티나 수석장관실 관계자는 "공공문서는 물론 민간의 문서까지 모두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 비밀협약은 없었는지 확인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로라 리차드슨 미 남부 사령관은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우주과학기지는 주요 화두였다. 마크 스탠리 주아르헨티나 미국대사는 "미국과 아르헨티나 양국 관계에서 중국 우주과학기지는 가장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군이 네우켄에서 비밀스럽게 근무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 "중국인들이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느냐"는 말도 했다.
문제의 중국 우주과학기지는 우주연구를 목적으로 중국이 2017년 아르헨티나 네우켄주(州)에 완공한 시설이다. 친중 좌파 정부 때인 당시 아르헨티나는 중국에 약 200헥타르 규모의 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50년간 사용을 보장했다. 세금까지 100% 면제된 중국 우주과학기지는 사실상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시설에 근무하는 중국인에겐 중국법이 적용된다.

중국은 네우켄 당국에 매일 2시간40분 동안 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은 "기지에 근무하는 사람은 중국 과학자와 기술자 등 중국인뿐"이라며 "중국은 외부인의 접근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 상주 인력은 대부분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으로 의심된다고 한다. 군사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는 중국 우주과학기지는 아르헨티나에 친미 외교노선을 천명한 우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투명성을 보장하라는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우주과학기지에 대해선 아르헨티나가 감독권을 행사하는 게 상식에 맞는 것"이라며 "중국은 (감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들여다보는 게 무슨 문제가 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다만 아르헨티나가 당장 중국 우주과학기지를 현장점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수석장관실은 연방정부 공무원들을 네우켄으로 보내 우주과학기지를 점검하겠다고 했다가 "일단은 현장점검 없이 문서들부터 살펴보겠다"고 한걸음 물러났다. 중국과의 마찰을 두고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밀레이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외교의) 중심으로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중국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다"고 최근 밝혔다. 취임 전 그는 중국 같은 공산국가와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