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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뱃징(rebadging) 기지로 이용하지마” 中에 뿔난 말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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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12. 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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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이터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정부가 미국의 관세부과를 피하기 위한 '리뱃지(rebadge)' 수단으로 자국을 이용하는 중국 기업들에게 "그런 목적이라면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우 친 통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부장관은 전날 열린 행사에서 "지난 1년여 동안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통해 제품을 리뱃징하려는 중국 기업이라면 말레이시아에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해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리우 부장관은 태양광 패널 부문을 거론하며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든 공화당 정권이 들어섰든 세계 최대 경제국(미국)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특정 산업이나 특정 중국 기업명을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리우 부장관의 발언은 미중 무역전쟁과 관세부과와 같은 수출 제한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말레이시아를 통한 '택갈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나온 고위급 관료의 발언이다.
리뱃지(rebadge)는 상품의 이름을 바꿔 다시 시장에 내놓는다는 뜻이다.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메이드 인 말레이시아'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어마어마한 관세를 맞았을 중국산 제품이 동남아시아산 제품이 돼 일명 '동남아 세탁'으로도 불린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 중 하나다. 반도체 수출 5위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조립·테스트·패키징(ATP) 등 반도체 후공정 세계 시장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전략인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부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맥락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해외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전략적 위치와 견고한 인프라를 갖춘 말레이시아도 추가 투자 유치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북서부에 위치한 페낭주(州)는 '동남아의 실리콘 밸리'로도 꼽힌다.

문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2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강화하면서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장비도 조치 적용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 정부는 미국·일본·네덜란드 제조업체가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반도체 제조용 장비도 중국의 제재대상 공장에 보내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말레이시아도 한국·대만·싱가포르·이스라엘과 함께 이 방침의 적용 대상으로 올랐다.

최근 수 년간 인텔·인피니언 등 선도적인 기업들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중국 기업들로부터도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선 미국의 반도체 규제 강화로 "성장하고 있는 반도체 부문이 미국의 규제로 곧 정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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