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마켓파워]한화로보틱스, 177억 적자 뒤 300억 수혈…‘애물단지’ 꼬리표 뗄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21010010433

글자크기

닫기

김소라 기자

승인 : 2025. 08. 21. 15:39

초기 투자·R&D 확대에 손실 급증…외형 성장에도 수익성은 뒷걸음질
PS25073101432
/한화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가 작년 177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뒤 올해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반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매출액(86억원)의 두 배를 웃도는 적자 구조 속에서 이번 그룹차원의 자금 수혈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로보틱스는 작년 별도 기준 17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전년 (34억원) 대비 무려 520% 확대된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은 86억원으로 전년(23억원)보다 369% 급증했지만 연구개발(R&D)과 사업 확장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한화로보틱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8억이었던 급여는 2024년 75억원으로 약 4배 증가했고 퇴직급여는 2억원에서 5억원으로 약 3배 가까이 늘었다. 경상개발비 역시 10억원에서 64억원으로 약 6배 급증했다. 인력 확충과 기술 투자 확대가 매출 증가분을 상회하면서 영업손실이 커진 것이다.

운용자산 이자수익과 파생상품 평가이익 등으로 11억원의 금융수익을 거뒀지만 2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같은 손실 확대는 회사가 독립 법인으로 분리된 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데 따른 결과다. 한화로보틱스는 2022년 10월 한화테크윈 로봇 사업부에서 분리돼 설립된 한화의 자회사다. 단순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물류·식음료 등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31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신주 6000만 주를 신주 발행, 약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한화가 방산·에너지·우주에 이어 로봇을 미래 성장 축으로 삼고 있는 전략적 판단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번 증자는 구주주 청약 100%를 가정한 수치로 최대주주인 한화가 204억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96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유상증자 직전 자본총계는 340억원 수준이었으나 유증 자금이 실제 납입될 경우 639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다만 매년 100원대 손실이 이어진다면 증자 효과가 단기에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무안정성 지표 역시 전년 대비 악화됐다. 2023년 유동비율은 725%였으나 2024년에는 494%로 떨어졌고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22.7%에서 34.9%로 올랐다. 그럼에도 유동비율이 200%를 크게 웃돌고 부채비율이 100%를 밑돌아 단기 유동성 측면에서는 여유가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화로보틱스 관계자는 "유상증자 자금은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사업 확장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추가적인 자금 조달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사들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두산로보틱스는 작년 별도 기준 매출 468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412억원을 내며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다. 대규모 R&D 투자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비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분야 글로벌 상위권에 올라 있으며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해 성장 스토리를 확보한 점에서 차별화된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95억원의 매출과 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외형과 수익성 모두에서 앞섰다. 조선·플랜트 현장에 로봇 솔루션을 공급하는 안정적인 그룹 내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결국 관건은 한화로보틱스가 본업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느냐다. 매출 급증세는 긍정적 신호지만 현재 구조상 규모의 경제 달성 없이는 영업적자 해소가 어렵다. 두산로보틱스와 HD현대로보틱스가 각각 글로벌 네트워크와 그룹 내 수요처를 바탕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화로보틱스 관계자는 "협동로봇 외에도 AMR(자율 이동 로봇)과 AGV(무인운반차),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등 다양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며 "단순히 로봇이라는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각 산업 분야에 최적화한 솔루션을 공급해 점유율을 넓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2025년 736억4000만 달러에서 2030년 1853억 7000만달러로 연평균 20.2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지원에만 기대면 애물단지 꼬리표는 계속 붙는다"며 "매출 확대와 비용 효율화를 통해 영업적자 축소 속도를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