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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 전은 작가들이 자신의 과거 작품과 매체를 재해석하며 새로운 자아를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리다. 강홍구,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김옥선, 김지평, 하차연 등 중견작가 5인이 참여했다.
전시의 핵심은 작가들이 자신이 사용해온 매체와 과거 작업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새로운 시각언어를 창안하는 과정이다. 작가들은 전통적인 매체의 역사와 기성의 문법에 반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찾아간다.
강홍구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있는 그대로'라는 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사진에 채색하거나 포토샵으로 수정·합성한 '위장된 이미지'를 통해 탈진실 시대의 현실을 비평한다. 1998년 연작 '나는 누구인가'로부터 시작해 AI 기술을 활용한 신작까지, 그의 작업은 한국 미술계에서 작가 자신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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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평의 '없는 그림'은 전시의 철학적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리 진열장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지만, 벽면에는 고려시대 화가 이녕의 '천수사남문도'처럼 실물은 없으나 전설로 전해지는 그림에 관한 글이 적혀 있다. 작가는 '없는' 것이 해석의 공간을 열어놔 오히려 '있는' 것으로 복귀한다고 말한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는 "오늘 나는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일 거야"라는 말처럼 지속적인 변화와 갱신을 추구한다. 이들은 다양한 출처의 사물과 사건을 재조합하며 현재적 맥락에서 자신들의 시각언어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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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프리즈 서울과 대한민국미술축제 등으로 떠들썩한 한국 미술계 상황에서, 이 전시는 오히려 한 발 물러나 자기성찰적 질문을 던진다. 회고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해 중견작가들의 '오늘'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아르코 하이라이트전을 통해 중견작가 기획전을 브랜딩하고 중견작가를 프로모션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112점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다섯 작가의 서로 다른 답변을 통해, 예술가로서 자신을 끊임없이 재정의해가는 중견작가들의 치열한 여정을 보여준다. 10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