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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50] 폭염이 대수냐~! ‘마디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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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01. 14:09

(50) 마디풀 그림
마디풀
작년보다 더 극심한 폭염이 대지를 달구고 있다. 특히 우리 고장 파주는 몇 번이나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할 정도로 이상기온이 몰아치고 있다. 더위의 대명사였던 대구를 '대프리카'라고 불러왔는데, 이제 파주도 '파프리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뜨겁게 달궈진 우리집 시멘트 주차장 생태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동안은 여름마다 '왕바랭이'가 수북하니 주차장 갈라진 틈을 메워왔는데, 6월 중순부터 시작된 가뭄과 극심한 폭염에 그 기세 좋던 최강의 잡초가 모습을 감춘 것이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마디풀'이다. 마디풀은 왕바랭이처럼 억센 모양새도 못 갖춘 그냥저냥 평범한 외모의 풀이다. 그런데도 혹독한 가뭄과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끄떡없이 버티며 왕바랭이가 사라져버린 시멘트 틈바구니를 꿰차고 앉은 것이다.

마디풀이 이렇게 극강의 생존력을 자랑하는 것은 선구식물(先驅植物)이기 때문이다. 선구식물이란 척박한 땅이나 훼손된 땅에서 초기에 정착하는 식물을 말하는데, 토양 생태계를 회복시켜 다른 식물들이 자랄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이런 선구식물들은 극단적인 건조 조건, 무(無) 영양 상태에서 생존해 내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이런 강인한 DNA를 가지고 있으니 약효 또한 만만치 않다. '편축'이라는 한방명을 가진 마디풀은 다양한 효능을 소개하는 글들로 넘쳐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여러 형태의 건강식품들이 팔리고 있다.

마디풀도 당연히 꽃이 핀다. 그러나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폭염을 뚫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면서도 꽃잎마저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마디풀~! 정말 우리 서민들의 모습을 너무 많이 닮았다. 그래서 더 정겹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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