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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길의 뭐든지 예술활력] 영해 청년예술가 아트마켓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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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31. 17:58

영해청년예술가 아트마켓
영해청년예술가 아트마켓 안내 포스터.
요즘 '영해'(경북 영덕군 영해면)를 오가는 재미가 생겼다. 자가용으로 서울 사무실에서는 4시간 30분이 걸리고, 충남 아산의 집에서는 3시간 걸리는 거리이지만, 그곳에서 경험하게 될 일들을 생각하면 그리 먼 것도 아니다. 영해로 운전해서 가는 동안 가슴속에서는 어떤 기대감이 생겨나니까!

영해에 대한 나의 기대감의 원천은 바로 '영해 청년문화예술발전소'에 참여한 10명의 청년예술가들을 만나는 일이다. 이들이 영해를 느끼고 관찰한 지 거의 두 달이 되어가는 지난 8월 23일에는 '영해 청년예술가 아트마켓'을 면사무소 앞마당에서 열었다. 참여 청년작가들의 프로젝트는 '영해'의 지역성을 반영하면서도 예술적인 프로그램이 많아서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게다가 '영덕 국가유산 야행' 기간에 함께 진행되어서 재미있고 놀랄만한 에피소드가 풍부해졌다. 이제부터 아트마켓에 참여한 청년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10명의 청년예술가 중 사진과 영상을 만드는 유록(有錄: 존재를 기록하다)이라는 작가가 있다. 아트마켓 하루 전, 그녀는 고래불해수욕장으로 뛰어들었다. 동해 바닷물을 통에 담아서 아트마켓에 참여하였는데, 부스 제목이 '寧海, 고요한 바다가 보낸 쿠키'였다. 관객은 작가가 준비한 특수종이에 근심거리를 적고 영해의 바닷물에 종이가 녹는 과정을 관찰한다. 근심이 다 녹아버리면 작가가 골라 준 포춘 쿠키를 받아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모든 과정에 적절한 조명과 음악이 배치되어 관객에게 몰입의 경험을 선사한다. 체험비는 관객이 내고 싶은 만큼.

웹소설과 웹툰 스토리 작가 장준우의 '영해기담 프로젝트' 웹툰 전시회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관객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영해의 명소로 꼽히는 메타세쿼이아 숲(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과 대진바닷가와 관어대, 복숭아 과수원을 배경으로 영해의 설화를 웹툰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내년 정식 웹툰 발표를 앞두고 대표적인 장면을 웹툰 형식으로 그려서 전시를 하면서 웹툰 제작과정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설을 붙였는데, 영해의 어르신부터 초등학생까지 관심이 폭발하였다.

황윤중의
작가 황윤중은 "Bar 영해"를 열어 영해 특산물 복숭아와 데킬라의 콜라보를 선보였다.
작가 백혜영의 '조각상점' 작가 정승혜의 '돌연변이 생태계' 전시부스 역시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였다. '조각상점'은 작가가 영해에서 만난 풍경과 사물, 사람의 이야기를 추상적 이미지로 그려내고, 관람객은 완성된 그림 속 조각을 떼어내어 굿즈(키링)로 만드는 체험이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작가의 그림 한 조각을 가지는 순간이었다. '돌연변이 생태계'는 작가가 영해의 바다와 마을에서 채집한 다양한 재료로 만든 조형물과 드로잉을 전시하였는데, 버려진 버섯균사체를 활용해서 블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전시하였고, 장차 송이버섯 균사체를 작품에 적용할 계획으로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작가 고미랑은 '만화방'을 열어서 자신이 그린 만화책을 전시함과 동시에 인간이 아닌 모든 반려생물들을 그려주는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고, 작가 신은미의 '찰나의 초상'은 어르신들의 초상을 짧은 시간 안에 그려줘서 작가가 화장실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작가 황윤중은 'Bar 영해'를 열어서 영해의 특산물인 '복숭아와 데킬라의 콜라보'를 선보이면서, 술 한 잔에 영해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였다.

전시부스와 더불어 공연무대도 진행이 되었는데, 가야금 연주자 박연희는 '영해풍류'를 통해서 자신이 작곡한 가야금곡을 선보였고, 비트박서이자 작곡자인 함승철은 '한밤의 풋, 칫, 탁'을 통해 화려한 비트박스와 감동적인 자작곡을 선보여서 관객들의 사진촬영 요청이 쇄도하였다.

청년예술가 10명이 영해에 내려온 지 아직 두 달이 되지 않았다. 혹자는 예술가들의 작업이 당장 눈에 띄지 않는다고 비난을 한다. 하지만 '영해'를 관찰하고 느낀 예술가의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청년예술가의 시선으로 지역을 새롭게 해석하고, 주민들에게 신선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고 장르·시간·경계를 뛰어넘는 협업들이 준비되고 있다.

처음 펼친 아트마켓에서 어르신들은 '복숭아×데킬라' 맛에 반하고, 영해 바닷물에 근심을 적어서 녹여버리는 과정에서 감정의 승화를 경험하였다. 주민과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이 웹툰의 배경이 되고 추상화의 소재가 되는 과정을 직접 보며 작가와의 일체화를 경험하였다. 이처럼 예술은 익숙한 것을 새롭게 하고, 심드렁한 일상에 에너지를 주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한순간에 증폭시킨다.

다가오는 9, 10월에는 청년예술가들이 주민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예정이다. 주민들과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인데, 재미있고 혁신적이며 의미 있는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청년예술가들의 활약을 기대하시라!

/문화실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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