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 선제 대응
기술·인력 효율화로 경쟁우위 노림수
9~11월 주식매수 청구… 합병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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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장단 인사를 통해 그룹의 유일한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기선 수석부회장의 과제는 그룹의 주요 핵심과제들을 직접 챙기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다. 수석부회장으로서의 성과가 중요한 해인 만큼 하반기 주요 계열사 합병을 무난히 진행해야 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16일에는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으며, 다음 달 23일에는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의 주총이 진행된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 7월 HD현대인프라코어와 합병해 매출 8조원 규모의 'HD건설기계'로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16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기간을 갖고 내년 1월 1일을 합병기일로 한다. HD현대건설기계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흡수합병해 판매 채널 공유 및 제품 개발과 플랫폼 공용화 등을 통해 경영 효율성 증대를 꾀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HD현대미포를 합병한다고 밝혔다. 조선부문의 일부 기술·인력·자원을 통합해 미래 조선업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제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오는 10월 23일부터 11월 12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을 진행하고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1일로 건설 부문보다 더 빠르게 진행한다.
HD현대는 최근 5년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지난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를 8500억원에 인수해 현재의 HD현대인프라코어를 만들었으며, 2024년 HD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인수를 완료하면서 선박 엔진 기술 경쟁력 상승의 기반을 만들었다.
M&A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HD한국조선해양이 두산에너빌리티의 베트남 법인 두산비나의 주식 전량을 29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간 인수 작업은 무난히 진행해 왔으나 내부 계열사의 합병은 일부 주주들과 임직원들의 반대 의사가 있을 수 있어 정 수석부회장으로서는 좀 더 까다로운 작업이 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노동조합은 이미 합병 발표에 구조조정과 일방적 전환 배치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2일부터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 재편을 두고 그룹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입지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게 된 가운데, 추후 승계 마무리를 앞두고도 경영 성과를 낼 기회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이 올해 2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2배를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HD현대건설기계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14.4% 감소한 1630억원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