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 호러에 로맨스 더한 '투게더', 공포·연민 함께 선사
호러물의 이전 흐름과 새로운 경향 파악 가능…3일 개봉
|
▲제목처럼 이젠 안녕, '컨저링: 마지막 의식' = 악마로부터 딸을 가까스로 지켜낸 퇴마사 '워렌' 부부는 은퇴를 준비하던 중 자신의 집에 사악한 존재가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스멀' 일가를 자의반 타의 반으로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오래전 자신들의 과거와 연결됐던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퇴마사 '워렌' 부부가 겪은 실화에 기초한 '컨저링' 시리즈는 '무서운 장면 없이도 무서운' 오컬트 계열의 공포영화로 국내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2013년 1편이 226만명을 동원한데 이어, 2016년과 2021년 차례로 공개된 2편과 3편도 각각 192만명과 80만명이란 비교적 준수한 성적표를 자랑하고 있다.
제목이 암시하듯 시리즈의 마지막인 '…마지막 의식'은 만듦새와 스토리 라인 모두 전작들의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섬세한 카메라 워크와 공포 영화 치고는 비교적 고급스러운 미쟝셴을 바탕으로 정체불명의 악령과 이에 맞서는 가족들의 사투를 정공법으로 차근차근 그려내는 방식은 살짝 식상하지만 여전히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1·2편의 연출과 시리즈 전체의 제작을 맡는 것으로도 모자라 '애나벨' '더 넌' 등 스핀오프까지 포함한 '컨저링 유니버스'의 창시자로 나섰던 제임스 완 감독이 카메오로 깜짝 출연해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물론 완 감독의 얼굴을 아는 관객들만 느낄 수 있는 재미다. 12세 이상 관람가.
▲호러라 쓰고 로맨스라 읽는다? '투게더' = 무명의 뮤지션 '팀'(데이브 프랭코)과 교사 '밀리'(알리슨 브리)는 오래된 연인으로, 권태기를 이겨내기 위해 인적이 드문 시골 산속에 새 거처를 마련한다. 관계 회복에 애쓰던 이들은 산책을 나갔다 길을 잃어버리고, 동굴 같은 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서로의 몸이 점점 붙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연기파 배우 부부인 데이브 프랭코와 알리슨 브리가 제작과 공동 주연을 맡은 '투게더'는 외견만 보면 오컬트에 신체 훼손으로 공포를 자아내는 '보디 호러'를 섞은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플라이'에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를 얹은 듯한 느낌이다.
이렇듯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설정의 공포 영화에 그치는 듯 싶지만 , 영화에 서서히 빠져들다 보면 어느덧 애틋한 로맨스로 다가온다. 개인의 소멸과 일심동체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다 마지막 순간 최후의 선택에 나서는 두 남녀의 모습에서 공포 이상의 안타까움과 연민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는 지난달 30일 공개돼 2000만 달러(약 280억원) 가까이 벌어들이는 등 저예산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흥행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