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월세를 사는 청년과 신혼부부, 노후까지 임차인 신세를 면치 못하는 실버 계층, 태생적이거나 사고로 인해 장애를 겪는 사람들 역시 62만 가구로 추정되고 있다. 가속화되는 사회 경제적 양극화와 뛰는 전월세 가격과 집값에 지쳐 처마를 맞댄 옥탑방, 네다섯 가족이 월세 원룸 기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주거 빈곤계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 1인 가구와 노인 인구의 급증,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 붕괴 등으로 다소 형편이 나은 계층까지도 주거 몸살이 더욱 가중되는 등 우리 사회 주거 문제는 해소는커녕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더욱 복잡다단해지면서 더욱 깊은 골짜기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물론 정부 지원 주거복지정책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시행되어 온 게 사실이다.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정책을 비롯해 취약계층 금융지원, 주거복지 센터 설치, 전달 체계 개편 등 그동안 시행되었고 부분적으로 효과를 거둔 것은 평가할 만하다. 100만 가구를 넘어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비롯해 주거급여 및 보금자리론 제공, 전·월세 임대료 지원 대책, 돌봄 지원 체계 마련, 주거 서비스 제공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주거급여 제도의 경우 지원 대상 규모가 120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애초 1조원대에 불과하던 지원 규모가 2조원대를 웃돌 정도로 급증한 상황이다. 그만큼 수혜 가구가 늘면서 주거 어려움 해소에 진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 체감도는 여전히 수준 이하이고 실제로 국민 니즈에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주거복지포럼이 일반 국민과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주거복지 인식조사에 따르면 주택 공급에 앞서 주택금융의 정책호응도가 13%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공간제공 못지않게 금융지원이 더 효과적이며 이를 보다 세분화해 주택복지정책의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임을 의미한다.
또 서민주택 시장 정책호응도에서 매입임대주택의 비중이 12%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인 데 이어 공공지원 민간 임대, 주거 상향 이동 등의 순으로 응답,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에 대한 반응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목표 대비 실적 미비 상태인 매입임대를 좀 더 실수요 중심형으로 세분화해 다양한 유형의 맞춤형 임대공급대안이 절실하다.
특히 미래 주거복지 정책대상 키워드를 묻는 설문에 취약계층, 청년과 신혼부부, 노인의 응답 비중이 높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복지정책의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과거보다 취약계층 비중이 작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보편적 주거복지를 미래 주거복지의 키워드로 삼고 청년 신혼부부, 노인의 주거복지가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취약계층에 집중된 주거복지 정책의 범위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앞서 지적한 최저 주거수준 미달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122만 가구 공공임대주택의 제공이 정책의 우선 해결과제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신혼부부를 비롯한 청년 주거 불안 해소에 우선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대상과 공급방식의 획기적 변화 역시 시급하다.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행복주택 외에 서울시의 경우 19~39세 청년에게 제공되는 청년 안심주택, 인천시의 1000원 주택 공급이 공공임대의 대상 개선의 획기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미래지향적 문제해결 본질은 주거복지업무의 과감한 지자체 이전이라 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주거복지 정책 수단은 전달 체계에 의해서 수혜자에게 전달된다. 수혜자의 발굴과 니즈, 특성, 이에 걸맞은 주거복지정책은 해당 지자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획일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주거급여 사업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는 자체가 모순이다. 공공임대주택도 전세 임대와 마찬가지로 지자체에서 해당 수요와 특성을 참작, 공급계획을 수립하고 신청과 심사, 입주시키는 게 당연하다. 물론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와 함께 수행 전문 능력을 키우는 사전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