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단체 강한 반대..."의약품은 안전이 최우선"
정부는 신중 기조...“균형 잡힌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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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에 대한 소비자 요구는 높은 상태다. 소비자들은 심야 시간대나 긴 연휴 등 약국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편의점을 찾아 상비약을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편의점 상비약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안전상비약 매출은 2018년 504억원에서 2023년 832억원으로 5년새 65% 증가했다. 특히 매출의 74.3%는 약국이 문을 닫는 밤에서 새벽 시간대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판매되는 품목이 한정돼 있어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2023년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5%가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한 경험이 있고, 62.1%는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추가됐으면 하는 품목으로는 지사제(70.9%), 화상치료제(52.7%) 등을 꼽았다.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도 현 제도의 한계를 지적한다. 실제 편의점에서 만난 원모씨(50대)는 "지난주 새벽에 배탈이 나서 편의점에 가 지사제를 사려고 했더니 팔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며 "가정용 상비약은 24시간 편의점에서도 판매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수익 창출을 위해 품목확대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는 오해"라며 "상비약 매출은 전체의 0.3%로 미미하다"고 전했다. 이어 "영리 목적보다 소비자 편의 증진이라는 목적으로 품목 확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은 20개 품목 이내에서 지정된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판매되는 품목은 감기약·해열진통제·소화제 등 11종에 그친다.
2012 제도 도입 당시 13개 품목에서 시작됐지만, 2022년 타이레놀 80㎎·160㎎ 2종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인 제산제, 화상연고, 지사제 등은 보건복지부의 '지정'이 없어 여전히 빠져있다.
그러나 품목 확대를 위한 논의는 7년째 제자리다. 생산 중단된 약을 대체할 품목을 지정하고, 확대하려면 지정심의위원회가 열려야 하는데 2018년 이후로 열린 적이 없다. 약사 단체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약사 단체는 편의점에서 약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경우 오남용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상비약 품목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무분별한 의약품 구매로 인한 보건의료체계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의약품 관련은 안전과 건강에 연결되니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려면 공공심야약국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작년과 같이 이번 추석에도 공공심야약국은 운영될 예정이다. 공공심야약국은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제도로, 오후 10시에서 새벽 1시까지 경증환자에게 의약품 상담과 투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전국에 총 64곳에 불과하고, 지자체 지원 예산이 한정적이어서 운영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 건강권 확대에 꼭 필요한 제도로, 국가 차원의 제도화와 예산 확보, 지역 간 형평성을 고려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비자 요구와 의약품 안전성을 모두 고려한 신중한 접근을 예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소비자 접근성 요구를 알고 있다"며 "편의점과 안전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