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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승인 : 2025. 09. 03. 18:50

IFRS17 도입 후 증권 순익 비중 9.86%까지 떨어져
손보 부문은 16%대로 순항…입지 강화
KB증권 IMA사업 불참 등 영향력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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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KB증권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KB증권이 KB금융지주에 합병된지 9년째이지만, 최근 증권업 영향력이 보험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올 상반기 자기자본 기준 대형 증권사 6곳 중 삼성증권과 KB증권의 순이익만 전년 대비 감소했다.

KB증권은 과거 '바이 코리아'열풍을 주도하며 WM(자산관리)분야에서 이름을 날렸던 현대증권을 KB금융지주가 인수하면서 출범한 곳이다. 당시 KB투자증권은 업계 18위 수준에 불과했다. KB금융그룹은 보험과 증권이 약점으로 꼽히면서 '비은행 부문 강화'가 절실했는데, 윤종규 전 회장의 뚝심으로 현대증권을 1조 2000억원에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KB증권이 국내 대형사 5위권 안에 이름을 올릴 수 있던 배경이다.

특히 윤 전 회장에 있어 KB증권의 의미는 남달랐다. KB금융은 증권 인수를 위해 2013년 우리투자증권, 2015년 대우증권 인수에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윤 회장이 당시 현대증권을 시장가보다 2배 비싼 1조 2000억원이나 제시했던 이유다. 내부에서도 1조 2000억원 금액에 대해 우려가 컸지만 윤 전 회장은 "증권에서 매년 3000억원 이상 이익이 날 것"이라며 다독였다고 한다. 실제 윤 회장이 KB금융그룹을 이끌던 시절, KB증권은 은행에 이어 순이익을 가장 잘 내는 '효자'로 비은행 부문 수익 강화를 이끌었다. 이는 KB금융지주가 2016년말 KB증권에 1800억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4조원대 자본으로 끌어올렸고, 덕분에 KB증권은 초대형 IB 사업을 시작하며 대형사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2023년 양 회장 취임 이후 그룹내 KB증권의 입지는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2023년말 이후부터 비은행 부문 중 순익 비중 1위를 차지한 곳은 KB손해보험이다. 양 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손보의 순익 증가세가 눈에 띄게 증가한 셈이다. 양 회장 취임 이후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 순익 비중이 줄어든 곳은 업황이 안좋아진 KB국민카드과 KB증권이 꼽힌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증권이 KB금융그룹내 계열사 당기순이익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말 11.53%에서 올 상반기 9.86%로 1.67%포인트 낮아졌다. 앞서 KB증권은 2021년말 그룹내 순익 비중이 13.48%까지 올라 최대치를 기록했었으나, 이후로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상반기 증권사들은 증시 상승과 주식거래대금 증가 등으로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는데, 대형 증권사 6곳(한투·키움·미래·삼성·NH·KB) 중 순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곳은 삼성증권과 KB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전년 대비 5%, KB증권은 10% 줄었다.

KB증권은 윤 전 회장 산하에서 그룹내 비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 1위를 기록했던 곳이다. 현대증권 인수 이전에 KB투자증권의 순익 기여도는 1.8~2.7%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 현대증권 인수 이후 순익 비중은 2017년 8.13%, 2018년에는 5.84% 등으로 늘어났고, 2019년에는 손해보험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2020년말과 2021년말 KB증권의 순이익 비중은 각각 12.15%, 13.48%로 손해보험과도 2배 이상 차이났었다. 2022년에는 유가증권 운용평가손실액과 실권주 관련 평가 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KB증권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줄었다.

2023년 이후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도입되면서 그룹 내 보험계열사의 순익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23년말 증권과 손보의 순익 비중을 보면 각각 8.48%, 15.52%다. 2024년과 2025년 상반기까지 손보의 순익 비중은 16.53%, 16.25%로 15% 이상을 상회하는 반면, KB증권은 10%대 이하로 머무르는 모습이다.

다른 업황 대비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등 보험 실적 상승세가 눈에 띈다. 최근 보험의 입지가 강해진데에는 양 회장이 KB손보 대표 출신이라 업황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자리한다. 또 보험 이익이 아닌 수익성이 높은 대체투자와 구조화채권 평가이익 증가 등으로 투자이익이 크게 높아진 영향이 컸다.

그룹내 입지 변동으로 증권업계에선 KB증권이 IMA(종합금융투자계좌) 사업에 불참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 발표 당시 KB증권이 "IMA진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면서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은행처럼 고객이 예탁한 돈을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계좌다. 그간 발행어음으로 자기자본 200% 이내 한도로만 운영해왔으나, IMA인가를 받게 되면 자금 조달 한도가 300%로 늘어나 운용 순익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최근 NH투자증권이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증자를 통해 자본 요건을 갖추게 되면서 IMA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자기자본 액수로만 따져본다면 KB증권과 삼성증권이 그 다음 타자다. 단, 삼성증권은 대주주 리스크로 이번에 발행어음 사업을 신청하고 있고 IMA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KB증권은 현재 자기자본이 7조원 미만이라 IMA사업을 시작하려면 KB금융으로부터 자본 조달이 1조원 이상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서 양 회장이 증권업 개선을 위해 어떤 처방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증권사들이 CMA보다 편하고 접근이 편한 계좌(IMA)형태로 자금 조달을 하는게 맞는 방향성인것 같다"면서도 "다만, 자본확충을 하기엔 1조원이란 규모가 너무 크고 발행어음으로 아직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IMA사업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또한 마찬가지다. KB금융지주 측은 KB증권 내부에서 IMA 사업 계획이 없어 증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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