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사, 임단협 평행선 '난항'
車생산·수출 경쟁력 악화 부담
"결국 노조 존재 기반 잃게될 것"
|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부터 사흘간의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4일까지는 2시간씩, 5일에는 4시간씩 작업을 중단한다. 전날 열린 20차 본교섭에서 사측이 기본급 9만5000원 인상과 성과급·격려금 400%+1400만 원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정년 연장 등 핵심 요구가 빠졌다며 거부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주 4.5일제 도입 등을 주장해왔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국내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현대차 라인이 멈추면 단기간이라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 시간이 짧더라도 생산라인이 끊기면 납품업체까지 연쇄 피해가 발생한다"며 "실제 손실 규모는 단순 시간 대비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미 과거에도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규모가 가장 컸던 2016년에는 24일간 이어진 파업 당시 14만2000대 생산 차질로 3조1000억원 손실이 발생했고, 영업이익은 20% 가까이 감소했다. 이듬해에도 파업으로 8만9000대의 생산 차질과 1조89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사측은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교섭 안건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형님'의 부분파업에 전운이 감도는 것은 '아우' 기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현대차의 협상 추이는 기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아 노조 역시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아 노사는 지난달 12일 1차 본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일 5차 실무교섭을 진행한 기아 노사는 정년 연장과 신규 인원 충원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한국GM도 지난 1일부터 부분파업을 진행 중이며,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도 같은 날 파업에 돌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차 업계는 관세 부담에 이어 파업 변수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분기에만 관세로 약 1조6000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입었고, 대미 자동차 관세율이 15%로 낮아졌지만 실제 발효 시점은 불확실하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의 배경에 '노란봉투법' 통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선택이 장기적으로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공장 전환, AI 로봇 도입, 해외 공장 투자 등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결국 국내 산업 공동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전세계에서 국내 완성차는 노사 분규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결국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면 노조도 존재 기반을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