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수사에는 번번이 한 발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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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법무부에 따르면, 출국금지 신청 건수는 지난 2021년 6417건에서 2024년 9018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수치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가운데 3년 만에 40%가 늘어난 것이다. 출국금지 사유는 크게 형사 관련(범죄수사, 형사 재판 등)과 세금 체납 등으로 나뉜다. 통상적으로 수사를 위한 출국금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2항은 "범죄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문제는 경찰의 출국금지 조치가 권력 앞에서는 다르게 적용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공천헌금 1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경 전 서울시의원의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김 전 시의원을 곧바로 출국금지 조치하지 않았다. 이틀 뒤 김 전 시의원은 미국으로 출국했고 경찰은 "사건 배당과 기초 조사를 이유로 출국금지를 미루다가 신병 확보를 못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쿠팡 고객 계정 3370만개 무단 유출과 관련한 혐의를 받는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 대표 역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외로 출국했다. 경찰은 뒤늦게 법무부에 로저스 대표에 대한 입국 시 통보를 요청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경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수사가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출국금지를 촘촘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경찰은 참고인이나 내사 단계 인물까지 출국금지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요 용의자를 놓치는 것은 "거미줄로는 작은 곤충을 잡을 수는 있지만 새를 잡을 수 없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출국금지를 자주 신청하면 공권력 오남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따라서 수사기관은 정교하게, 가장 보수적으로 (출국금지를) 판단해야 한다. 즉, 범위와 빈도수는 줄이되 주요 용의자는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