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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CEO 인사 손도 못 대… 농협금융의 ‘중앙회’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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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승인 : 2026. 01. 28. 18:00

주요 금융지주 회장 인사 리스크 부각
농협금융, 이사회 대신 중앙회장 영향
그룹회장 인사 배제로 경영 공감대 부족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발언에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 최측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이 이사회 내에 참호를 구축하고 셀프연임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있다며 최근 8대 금융지주에 대해 특별점검을 벌이기도 했다. 금감원은 최고경영자(CEO) 승계절차와 이사회 독립성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위법 사항이 있다면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CEO 승계절차와 이사회 의결 등을 통해 연임을 확정 지은 금융지주 회장들도 3월 주주총회를 남겨놓은 만큼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 농협금융그룹은 비켜서 있다. 농협금융 CEO 인사는 이사회가 아닌 농협중앙회장과 정부의 개입에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농협금융 아래 은행과 보험 등 자회사의 CEO 인사에도 농협금융 회장이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이다. 손발을 맞춰 핵심 자회사를 경영할 인사를 결정하는 프로세스에 그룹 회장이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이사회는 이찬우 회장을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농협금융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감사위원, 완전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윤석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위원으로 이재호 농협금융 부사장(사내이사)과 박흥식 비상임이사, 길재욱·김병화·차진석 사외이사가 참여해 왔다. 즉 이찬우 회장은 그룹 대표이사와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선출 절차에는 참여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자회사 CEO 후보를 선출하는 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거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4대 금융그룹은 자회사 CEO를 결정할 때 그룹 회장이 직접 참여해 앞으로 함께 그룹을 이끌고 갈 인사를 직접 평가하고 선출하고 있다"면서 "그룹 CEO가 자회사 CEO 인사 선임 절차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CEO의 경영철학이나 비전에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산하에 은행과 생·손보, 증권, 자산운용, 캐피탈, 저축은행, 리츠운용, 벤처투자 등 9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 중 NH투자증권과 NH아문디자산운용은 그룹 임추위가 CEO 후보 추천을 하지 않는다. 그룹 임추위는 완전 자회사에 대해서만 CEO를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농협금융 지분율이 100%가 아닌 NH투자증권(58.93%)과 NH아문디자산운용(70%)은 별도 CEO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회사 CEO 인사는 농협중앙회장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농협금융 이사회에는 농협 조합장 출신이 비상임이사로 참여하는데, 이들이 농협금융과 중앙회와의 소통 채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임추위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2024년 NH투자증권 사장을 선출할 때도 농협중앙회장 측근인사가 최종 후보 중 한 명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금융당국마저 개입하는 잡음 속에 내부 출신인 윤병운 사장이 선임됐다.

농협금융 회장 인사에도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후 신충식 초대 회장부터 이찬우 회장까지 8명의 회장이 배출됐지만, 신 전 회장과 손병환 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료 출신이 농협금융 회장에 올랐다. 이찬우 회장 역시 금융관료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현재 금융당국이 지적하는 그룹 회장들의 견제 없는 권한이나 셀프 연임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면서도 "자회사 CEO 선임 절차에서 그룹 회장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사를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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