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가족의 상처가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는지 보여줘
연출·연기 환상적 화음
|
25일 개봉한 '햄넷'은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잘 알려지지 않은 가족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과 관련 문헌에 따르면 셰익스피어는 '햄넷'이란 이름의 아들이 불과 열한 살의 나이로 사망하는 비극을 겪은 뒤, 그에 따른 심적 고통을 '햄릿' 창작의 원천으로 삼았다고 한다. 집필 과정에 얽힌 이 같은 뒷이야기가 당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영화 시작전 자막은 "'햄넷'과 '햄릿'이 16세기 영국에서 두 개의 제목으로 힘께 사용됐다"고 소개한다.
젊은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과정에서 체험한 사랑과 이별을 낭만적으로 그렸던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달리, '햄넷'의 갈등 서사는 꽤 사실적이고 직접적이다. 사랑하지만 삶의 지향점이 달라 대립하기 일쑤인 부부와 자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따른 이들의 결별 위기 등은 시간·공간적 배경을 제외하면 우리가 흔히 봐 온 홈 드라마의 인물 구성 및 주요 사건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바로 여기에 '햄넷'의 비범한 진가가 숨어있다.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 것 같은 위대한 예술 작품이 실은 땅 위에 발을 딛고 사는 인간의 평범한 삶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걸 잘 설명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어서다. 그렇게 완성된 예술 작품이 거꾸로 한 개인의 내적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질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잘 전달한다. 일례로 남편이 아들의 이름을 빌려 대본을 쓴 것으로 의심해 분노한 아내가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한 연극이 아들의 극락행을 돕는 천도굿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얼굴 가득 짓는 미소는 형언할 수 없는 치유의 기쁨을 드러낸다.
5년 전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쥐었던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은 여전히 시적이고 영적이다. 배우들은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연기로 화답한다. 다음 달 15일(현지시간) 열릴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여우주연상 등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는데, 앞서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과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연달아 품에 안은 제시 버클리의 3연속 여우주연상 수상은 기정사실로 봐도 좋을 듯 싶다. 12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