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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슈퍼 히어로들은 왜 사이비 종교와 싸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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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6. 06.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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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파이브'와 드라마 '원더풀스'가 대표적
사이비 종교 폐해에 따른 '학습효과'가 영향 미쳐
할리우드와 달리, 리얼리티 중시하는 성향도 있어
한국형 슈퍼 히어로물들
쿠팡플레이 '가족계획'와 영화 '하이파이브', 넷플릭스 '원더풀스'의 공통점은 슈퍼 히어로들과 대적하는 악당들로 사이비 종교 집단이 등장한다는 것이다./제공=쿠팡플레이·NEW·넷플릭스
최근의 한국형 슈퍼 히어로물들을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읽혀진다.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사이비 종교 집단 혹은 이들로 위장한 무리가 등장하는 설정이다.

2024년과 지난해 차례로 공개됐던 쿠팡플레이 '가족계획'과 영화 '하이파이브'에서는 각종 만행을 서슴지 않는 동네 교회 목사와 영생을 꿈꾸는 사이비 종교 교주가 빌런이다. 지난달 15일 베일을 벗자마자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3위에 오른 '원더풀스' 역시 미친 과학자의 조종 하에 종말론을 부르짖는 종교 집단이 악의 축을 맡고 있다. '아이언맨' '배트맨' '슈퍼맨' '엑스맨' 등 할리우드의 수많은 '…맨'들이 초거대 기업과 외계인 혹은 같은 부류의 초능력자 등을 물리치려 애쓰는 것과 가장 대비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 속 슈퍼 히어로들이 사이비 종교를 주적으로 삼게 된 이유는 우선 대중의 축적된 '학습 효과'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사이비 종교 전문가인 부산장로신학대 신학과 탁지일 교수의 시각이다. 오랜 시간동안 사이비 종교에 의한 폐해를 눈으로 목격하고 몸으로 체험한 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된 두려움과 경각심이 창작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난달 하순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사이비 헌터'로 얼굴을 알린 탁 교수에 따르면 사이비·이단 종교와 관련해 지난 10여 년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굵직한 사건·사고만 해도 5~6건에 이른다.

2014년 세월호 참사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받은 구원파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시발점으로 지목받은 고(故) 최태민 목사 -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부녀, 2018년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구속,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을 부추긴 신천지의 대면 예배 강행 등이 대표적 사례다.

탁 교수는 "사이비 종교 문제는 공권력 개입이 쉽지 않다 보니 예방 대처가 어려워,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이로 인해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다. 또 돈을 빼앗기고 성을 유린당해도 피해자들의 자발적 행동에 따른 결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잦아 범죄로 특정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면서 "법의 사각지대에서 사회적 안전장치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대중이 사이비 종교를 상대로 사적 응징을 열망하게 되고, 이 같은 바람이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 투영되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형 슈퍼 히어로들의 소박한 '출신 성분'도 이 같은 유행을 거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의 슈퍼 히어로들은 천재 억만장자('아이언맨' '배트맨')와 다른 행성에서 온 무결점 초인('슈퍼맨' '토르'), 타고 난 초능력자('엑스맨')가 거의 전부다. 극중 선과 악의 팽팽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려면, 이들과 상대하는 맞수들의 급도 높아야만 하는 이유다.

반면 한국의 슈퍼 히어로들은 일터와 가정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먹고 사는데 바쁜 주인공들의 분노와 각성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거악'(巨惡)이 나와줘야 하는데, 힘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금품 갈취와 성 착취를 일삼는 사이비 종교가 제 격이란 것이다.

하철승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우리나라 창작자들은 슈퍼 히어로물에서도 리얼리티를 중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같다. 그래서인지 주인공과 더불어 악당 캐릭터도 현실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일부 엿보인다"며 "이 같은 조건에 어울리는 대상을 찾아 보니 사이비 종교를 자주 다루는 것같은데, 문제는 극 중에서 그려지는 사이비 종교의 모습이 비슷비슷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거나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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