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환율 ‘이중 압박’…확장 시험대
"투자 속도·방식에 대한 재검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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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중동을 포함한 할랄 벨트를 중장기 전략의 한 축으로 설정했다. 현지 유력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할랄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생산기지를 구축해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다. 현지에서 생산·유통·판매까지 아우르는 체계를 갖춰 브랜드 신뢰도와 시장 대응력을 동시에 높일 계획이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이 변수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에 따른 '물류비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 '밀을 비롯한 원부자재 수급 불안정'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현지 합작법인 설립과 생산기지 구축은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는 만큼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파리바게뜨는 이미 동남아시아에서 할랄 전략의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달 싱가포르 내 전 매장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하며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어 올해 안으로 말레이시아에서도 할랄 인증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12개국에 매장을 단계적으로 늘려 2033년까지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완성할 방침이다.
싱가포르 인증의 의미는 작지 않다. 무슬림 인구 비중이 약 15%인 싱가포르는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공존하는 시장으로, 글로벌 외식 브랜드의 테스트베드로 통한다. 전 매장 할랄 인증을 통해 무슬림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고객층의 신뢰도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다.
말레이시아 조호르에 위치한 생산센터도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약 1만2900㎡ 규모로 하루 최대 30만개 생산이 가능한 이 시설은 동남아 수요를 충당하는 동시에 향후 중동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할랄 기준에 최적화된 설비를 통해 제품의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면서 지역별 맞춤 공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행보는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도 맞물린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미국' '영국' '중국' '싱가포르' 등 15개국에 7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며 이 중 약 260여개가 북미에 집중돼 있다. 2030년까지 북미 매장을 10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현지화와 대규모 생산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온 경험은 할랄 시장 공략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현지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 인접 국가로의 판로 확대를 추진해왔다.
삼양식품은 지난 2021년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UAE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동 진출에 나섰다. 현지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만 수출 중이며 지난해 중동 매출액은 약 660억원으로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농심 또한 부산 공장에 할랄 전용 라인을 구축해 신라면·너구리·짜파게티 등 40여개 제품에 인증받은 바 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의 중동 수출액은 약 59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2900억원과 비교하면 5년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라면·스낵 등 가공식품뿐 아니라 베이커리와 외식 브랜드까지 진출 영역이 넓어지며 수출 외연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 규모가 약 2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자극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은 인구 구조와 소비 여력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시장임은 분명하다"며 "다만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물류·환율·원자재 수급 등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투자 속도와 방식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