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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셔는 특히 동물의 고유한 특징을 변주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발전시켜 왔다. 밑칠을 최소화한 흰 캔버스 위에 구축된 단순한 형상과 넓은 공백은 화면에서 중요한 조형적 요소로 작동한다. 형상과 동일한 무게를 지닌 여백은 서양 회화에서 흔히 '미완성'의 흔적으로 여겨져 온 관습과 대비된다.
이러한 특징은 2025년 작품 '노 프라블럼 프레젠트(NO PROBLEM PRESENT)'에서도 잘 드러난다. 화면에는 악어와 뱀이 등장하는데, 넓은 흰 배경은 앞발과 상체를 들어 올린 악어의 동작을 강조하며 위쪽에서 웃는 듯한 표정의 뱀과의 관계를 부각한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두 동물 사이의 묘한 친밀감과 긴장이 동시에 형성된다.
서구 회화에서 동물은 종종 인간의 지배 아래 놓이거나 약자의 위치로 묘사돼 왔지만, 피셔는 이러한 구도를 의도적으로 뒤집는다. 영웅적 구성이나 해부학적 정확성을 걷어내고 자연 상태에서 동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존과 대립, 위계와 우연성에 주목한다.
갤러리 바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