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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충성 시험’ 논란…트럼프 파병 압박에 동맹국들 “우리 전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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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17. 10:02

NYT "동맹 '충성도 시험' 성격"…미군 주둔·에너지 의존 거론하며 압박 확대
영·프·독 이어 한·일·호주도 신중론…'군사 개입 거리두기' 확산
"기뢰 없어도 통과 어렵다"…해협 봉쇄 속 공급망 혼란
WH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UPI·연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를 위해 군함 파견을 거듭 촉구하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파병 압박을 높이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우방들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며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선을 긋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 기여와 각국의 에너지 의존도를 함께 거론하며 동맹의 '열의'를 따졌고, 특히 한국과 일본처럼 미군이 주둔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과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영국·프랑스·독일, 일본·호주 등은 군함 파견에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기뢰 제거 장비와 선박 호송만으로 해협을 다시 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해협의 사실상 봉쇄는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공급망, 중동 역내 항행의 자유 전반을 흔들며 장기적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 "동맹 역할 해야"…트럼프, 미군 주둔 거론하며 한·일·독 등 파병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과 트럼프-케네디센터 이사회 오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등을 재차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호위 작전에 동참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에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에도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독일에도 4만5000에서 5만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각국의 미군 주둔 규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실제와는 다르다. 주일미군은 5만명,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주독미군은 3만5000명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모든 나라들을 방어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가 '기뢰 제거함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글쎄,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도와야 한다"며 "놀라운 것은 그들이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몇몇 나라가 있는데, 곧 이름이 발표될 것이다. 앞장서 나선 나라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원유 수입의 1% 미만을 이 해협을 통해 들여오지만, 어떤 국가들은 훨씬 더 많은 양을 조달하고 있다"며 "일본은 95%, 중국은 90%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여오고, 여러 유럽 국가도 상당한 양을 수입한다. 한국은 35%를 들여온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자료 기준 2024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 수입 의존도는 한국 62%·일본 69%·중국 49% 수준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 요청을 사실상 동맹의 '충성 테스트(loyalty test)'에 해당한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도 지원을 요청하면서 이달 말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약 한 달 연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호르무즈 벌커선
태국 선적 벌크선 마유리나리호가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돼 화염에 휩싸인 모습으로 태국 해군이 공개한 사진./AP·연합
◇ "우리의 전쟁 아니다"…영·프·독, 군사 개입 선 긋기

유럽의 주요 우방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공개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프랑스·독일이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해군 임무 참여 요구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유럽의 3대 군사 강국은 모두 이란과의 직접 충돌에 끌려들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더 넓은 전쟁'에 끌려들지 않겠다며 "가능한 한 빨리 이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를 회복하고 경제 충격을 완화할 실행 가능한 집단 계획을 세우려 유럽 파트너를 비롯해 모든 동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임무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여겨진 적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머 총리에게 "'함정 몇 척을 보내주면 정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기뢰제거함이 있다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더니 (스타머 총리가) '내 팀에게 물어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스타머 총리에게 "당신은 총리다. 당신이 결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같은 답을 반복했다면서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했다.

독일도 선을 분명히 그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나토는 방어 동맹(defence alliance)이지 개입 동맹(intervention alliance)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FT는 보도했다. 메르츠 총리는 "전쟁이 계속되는 한, 독일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자산을 투입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임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CNBC 방송이 전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며 우리가 시작하지 않았다"고 했다.

프랑스도 즉각적인 군사 참여를 약속하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해협 항행의 자유가 '가능한 한 빨리' 회복돼야 한다고 했지만, 프랑스 외무부는 현재 전개된 항모전단의 태세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가 유럽·아시아·걸프 국가들과 별도의 임무를 구상하고 있지만, 전투가 멈춘 뒤에야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 독일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EPA·연합
◇ EU "참전 의사 없다"…동맹 전반 확산되는 신중론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 회의에서 해협 재개방 지원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란군과의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에는 관심이 거의 없었다고 FT·WSJ는 보도했다.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을 '협박(blackmail)'이라고 비판했다고 FT는 전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누구도 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들어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 관리들은 나토가 방어 동맹이고, 이란과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택한 전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FT는 보도했다.

다만 유럽이 미국과 완전히 등을 돌리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FT·WSJ는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고, 러시아와의 전선에서도 미국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일 정상회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왼쪽)가 2025년 10월 28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의 미국 해군 기지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 함상에서 미군들에게 연설하던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의 박수에 환하게 웃고 있다./AP·연합
◇ 한·일·호주도 신중…"공식 요청 없고 파병 계획 없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군함 파견에 대한 신중론이 우세하다. 블룸버그는 한국·일본 등 미국의 핵심 파트너들도 함정 파견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NYT는 프랑스·한국·영국은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고, 일본·호주·이탈리아는 불참 쪽에 가까운 입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일본과 호주가 호르무즈 해협 호송을 위해 해군 전력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15일 "한·미 간에 긴밀히 소통을 취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 요청은 없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도 "자위대 파견에 정부는 신중하다"고 했고, "일본으로서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미국에 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일본 관계 선박과 승무원의 생명을 어떻게 지킬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면서도 자위대법에 따른 해상경비행동 발령은 "매우 법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이번 전화 협의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함선 파견 요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CNBC는 다카이치 총리가 "호위함 파견과 관련해 어떠한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일본이 미국과의 안보 동맹 중시, 중동 에너지 의존, 이란과의 관계, 국내 법적 제약 사이에서 2019년과 유사한 '데자뷔'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미국 주도의 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상자위대 함정을 중동 인근에 보내 정보 수집에 나선 바 있다.

트럼프 유럽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과의 회의 결과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설명한 후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에게 설명하고 있다./백악관 제공·UPI·연합
◇ "미국이 시작한 전쟁"…동맹 내 피로감·거리두기 확산

FT·WSJ는 유럽의 냉담한 반응 배경에는 지난 1년간 관세·위협·모욕으로 이어진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미국 정부에 대한 선의가 상당 부분 소진됐고, 어느 나라든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을 벌이면 이란 공격에 매우 취약하며 수개월간 임무를 유지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미국의 요청을 "워싱턴이 시작했고 끝내지 못하는 전쟁의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란이 개별 협상을 통해 일부 국가 선박의 통과를 허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미국이 모으려는 협력국을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선박의 안전한 항행에 대해 논의하고 싶은 나라에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또 인도가 이란과의 대화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인도 유조선 2척과 튀르키예 선박의 해협 통과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도 거론됐으며, 일부 보도에서는 위안화 거래를 조건으로 일부 유조선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호르무즈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 팍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AP·연합
◇ "기뢰 없어도 통과 어렵다"…해협 재개방 기술적 한계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에 기뢰제거함 파견을 직접 언급했고, 영국은 중동에 배치된 기뢰 탐지 드론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해협 재개방이 기뢰 제거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회의론이 뚜렷하다.

블룸버그는 영국이 검토하는 기뢰 제거 드론이 배터리 수명 제한, 데이터 전송 제약, 현장 인근에서 운용해야 한다는 위험 때문에 상황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드론을 통제하는 함정이 결국 이란의 대함미사일 사정권 안에서 움직여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란이 폭발물을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들이 실제로 기뢰를 떨어뜨렸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전직 미 해군 장교 벤 시펄리는 "기뢰전의 과제는 부재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기뢰밭에 필요한 기뢰 숫자는 실제로 0개(zero)"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뢰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가능성만으로 해협은 이미 통과하기에 지나치게 위험한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UAE 석유 시설
1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의 에너지 시설 방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AFP·연합
◇ "쉽지 않은 임무"…이란 비대칭 전력에 해협 통제 난항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가 매우 좁고, 이란 쪽 섬과 산악 해안이 혁명수비대(IRGC)에 엄폐를 제공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란의 재래식 해군은 상당 부분 파괴됐지만, 여전히 고속 공격정·소형 잠수함·기뢰·미사일, 그리고 폭발물을 실은 제트스키 등 다양한 비대칭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해군 출신 전문가 톰 샤프는 단기간에는 구축함 7~8척으로 하루 3~4척의 선박 호송이 가능할 수 있지만, 몇 달 동안 지속 가능한 작전을 하려면 훨씬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발행하는 RUSI 저널의 케빈 롤런즈 편집장은 전쟁이 몇 주 더 이어질 경우 어떤 형태로든 호송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 역시 준비와 자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곧 이뤄질 것이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면서 미국 해군이 아직 유조선 호송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강력한 미국 해군이 자체적으로 이뤄내지 못하는 일을 유럽 프리깃함 몇 척이 무엇을 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WSJ는 전했다.

FT는 해협 재개방의 어려움이 이미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모든 유조선을 실제로 침몰시킬 필요도 없고, 이미 이뤄진 공격과 새 공격 위협만으로도 선주와 선원·보험사들을 물러서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심해 기뢰·미사일·드론·소형 보트가 있는 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 폭격이나 이란의 최대 원유 수출기지인 하르그섬 점령 구상도 직접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 공급망 충격 현실화…식품·의약품·에너지 동시 타격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는 에너지 시장뿐 아니라 식품·의약품·공장 공급품까지 광범위한 충격을 낳고 있다. 걸프 지역 수입업자들은 대체 경로 확보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2월 28일 전쟁 발발 직전 해협 안쪽 항구로 향하던 컨테이너선 81척 가운데 43척이 다른 걸프 항구로 우회했고, 나머지는 걸프 지역 바깥으로 방향을 바꿨다.

로이터는 걸프 지역 식품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두바이 제벨알리와 같은 주요 항구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사과 5000t이 두바이행으로 운송 중 묶인 사례도 소개됐다. 해상 할증료만 90만유로가 붙었고, 대체 항구로 돌리려 해도 위생서류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회 화물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와 코르파칸, 오만 소하르 등 해협 바깥 항구로 향한 뒤 트럭으로 원래 목적지로 옮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항구는 제벨알리만큼의 처리 능력이 없어 혼잡과 통관 지연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물류업체들이 하루 60건 수준이던 트럭 운송을 500건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해협 밖 항구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푸자이라는 주요 원유 수출 터미널을 갖춘 곳으로 반복적인 이란 공격을 받았고, 두큼과 살랄라 항구도 공격 대상이 됐다. 일부 유통업체는 항만 대신 항공 운송을 활용하고 있지만, 두바이 국제공항과 아부다비·도하 등 주요 공항도 드론 공격과 운항 차질을 겪고 있다.

하르그섬
위성사진 전문업체 플래닛 랩스 PBS가 2월 22일(현지시간) 찍은 이란 하르그섬./AFP·연합
◇ 유가 100달러 안팎 유지…전쟁 장기화에 상승 압력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끝나면 유가는 매우,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다.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106달러대까지 올랐다가 100달러 안팎으로 내려오면서 여전히 심리적 저지선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전쟁 이후 2주 동안 유가가 약 40% 뛰었고, 미국의 휘발유 가격도 매일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올해 들어 유가와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약 70%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높은 유가가 또 다른 생활비 위기를 부를 수 있고, 비료와 식량 안보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비료의 약 33%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 전쟁 장기화 조짐…휴전·협상 모두 불투명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우리와 합의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우리 측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미국과 휴전이나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이번 전쟁은 적들이 다시는 이런 공격을 반복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안에 전쟁이 끝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Sure)"고 하면서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곧일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이 최소 3주 이상의 추가 타격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전쟁으로 역내 사망자가 거의 40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 전쟁 이후에도 남을 호르무즈 리스크…세계 경제 압박 지속

FT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이번 전쟁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국제사회를 괴롭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협 봉쇄는 즉각적인 위기이자 장기적인 전략적 난제이며, 이란은 이제 해협 통제권이 세계 경제를 옥죄는 '교살(stranglehold)'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 체제 전환을 전쟁 목표로 분명히 하면서, 이란의 계산법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FT는 분석했다. 전쟁 이전에는 해협 봉쇄가 미국과의 전면 충돌을 부를 수 있어 이란도 자제할 유인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권이 생존을 위한 '사투'로 판단할 경우 보유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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