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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은 30일 일본 재무성이 2040년까지 사립대학을 최소 250개교, 학부 정원 기준 약 14만명 줄여야 한다는 수치 목표를 처음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4년 기준 일본 사립대 624개교의 약 40%에 해당한다. 재무성은 지난 23일 재정제도 등 심의회 분과회에서 이 같은 대학 규모 축소안을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약 3000억엔 규모의 사학 보조금을 편성해 사립대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대학 위기는 인구 구조 변화와 대학 팽창이 정면으로 충돌한 결과다. 일본의 18세 인구는 1992년 205만명에서 감소세로 돌아서 2024년에는 109만명까지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사립대는 384개교에서 624개교로 1.6배 늘었다. 일본 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의 2025년도 조사에서는 사립대의 53%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은 줄었는데 대학은 늘어난 구조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진 것이다.
재무성이 강한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교육의 질 저하 문제도 있다. 재무성은 정원 미달 사립대 강의 사례로 "사칙연산으로 시작해 조금 나아가 미분 등을 이해한다", "영어 문형의 기본과 be동사의 정리" 등을 제시했다. 의무교육 단계에서 다루는 내용이 대학 강의에서 반복되는 사례가 있다면, 막대한 공적 보조금을 투입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논리다.
◇일본은 '대학 수술' 착수…한국도 지방대부터 같은 압박
문부과학성은 신중한 입장이다. 마쓰모토 문부과학상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와 지역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부과학성은 같은 날 공개한 입장문에서 지역 산업, 의료·복지, 사회 인프라를 지탱할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어느 대학을 살리고, 어느 기능을 재편할지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문부과학성도 사립대 축소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AI, 반도체, 지역 의료·복지 등 성장 분야와 지역 수요에 맞는 대학에는 지원을 집중하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대학에는 통폐합과 철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구조조정의 기준이 '존속 여부'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갖췄는가'로 옮겨가는 셈이다.
한국도 본질적으로 같은 국면에 들어섰다. 한국은 이미 2021년을 전후해 대학 입학정원과 학령인구의 역전 현상이 현실화됐고,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신입생 미충원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교육부도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학령인구 감소를 개별 대학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고, 자발적 적정 규모화와 정원 감축 대학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사실상 재정 지원을 통해 대학 구조개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일본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첫째, 대학 구조조정은 더 이상 교육계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인구전략과 지역 생존전략의 문제다. 대학이 사라지면 지역 청년 인구와 소비, 산업 인력 공급도 함께 무너진다. 둘째, 모든 대학을 살릴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되, 지역 의료·복지·첨단산업 인력 양성 기능을 가진 대학은 전략적으로 남겨야 한다. 셋째, 단순 정원 감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부실 대학을 방치하면 학생 피해와 지역 붕괴가 커지고, 무리한 퇴출은 지방 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
일본의 사립대 40% 감축안은 저출산 사회가 고등교육 체계를 어떻게 다시 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한국도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국립대와 사립대의 이해관계 조정에 머뭇거리다가는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제 대학 정책을 "몇 개 대학을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대학이 지역과 산업, 국가의 미래를 실제로 떠받칠 수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